서울·수도권 미분양 속 과천·검단 ‘로또 청약’ 열풍…“청약 옥석 가리기”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과열 양상을 보이던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확실한 ‘대어급 단지’가 아니라면 미달을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청약 시장이 침체된 모습이다.
19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2차 무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결국 완판에 실패하며 미분양이 발생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후 당첨자가 계약금을 납부하지 않아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거나 당첨자가 당첨 부적격자로 판명돼 당첨이 취소된 미달 세대에 대해 다시 청약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무순위 청약은 극히 소수의 물량만 나오는데다,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 100%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만큼 일반 청약에서 미달이 났던 단지들도 무순위에선 집주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당 단지는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1차 무순위 청약에서도 완판에 실패했고, 이번 2차 무순위 청약에서도 집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역시 이달 초 2차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송도 럭스 오션 SK뷰'는 총 6개 타입 가운데 2개 타입에서 결국 집주인을 찾지 못해 미분양이 발생했다.
주변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와 계약금 20% 납부라는 까다로운 계약 조건이 미분양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역시 이달 초 무순위 청약을 받은 '서광교 파크뷰'도 총 8개 타입 가운데 1개 타입에서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이 단지는 주상복합 1개 동이라는 '나홀로 아파트' 입지적 약점이 미분양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처럼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왠만해선 미달이 나기 어려운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최근 주택 시장은 ‘로또 청약’ 열풍이 불던 지난해와 확연하게 다른 양상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확인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된 132개 단지 중에서 미달이 발생한 단지 수는 총 33곳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특히 경기도에서도 올해 공급된 37개 단지 가운데 22%인 8개 단지가 미달됐다. 지난해에는 미달 단지 비중이 2%에 그쳤지만, 올해는 11배로 미달 단지가 폭증한 셈이다.
다만, 이같은 청약 시장 찬바람 분위기 속에서도 확실한 ‘대어급 단지’는 여전히 로또 청약을 노리는 수요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9일 4가구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과천 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 재건축)는 8531명이 청약을 넣어 평균 경쟁률 2133대1을 기록했다.
과천 위버필드 무순위 청약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7억~11억원 정도 저렴해 그만큼의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어 예비 대기 매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달 초 전용 84㎡ 1가구를 대상으로 무순위 청약을 받은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 금호어울림센트럴’에도 1만2030명이 지원했다. 이 단지 또한 무순위 청약 분양가가 3억9000만원으로 지난 2월 실거래가 7억8300만원보다 4억원 낮은 로또 청약 단지로 불릴만 하다.
결국 현재 청약 시장은 시세보다 확실하게 저렴해 로또 청약이 기대되는 단지는 수천, 수만대 1의 경쟁률이 나오는 한편,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단지는 1차에 이어 2차 무순위 청약에서도 결국 미분양이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분양가 역시 오르면서 지방이 아닌 수도권과 서울의 무순위 청약 단지에서도 심심치 않게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고 있다”며 “다만, 과천이나 검단의 경우처럼 입지가 좋고 주변 시세보다 확실하게 분양가가 저렴해 로또 청약이 기대되는 단지들의 청약 열풍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신 팀장은 또한 “여전히 서울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 비중이 40%에도 못 미치고, 그 중에서도 준공 10년 이내 신축 아파트는 또 10%에도 못 미치는 등 서울 신축 아파트는 전체의 4%도 안 되는 극히 희소한 재물”이라며 “현재와 같은 청약 양극화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철저하게 실수요적 측면에서 강남 및 마용성 등 최상위 입지에 한해 신규 청약을 준비하는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