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고거래 시장, 24조 규모
몸집 커지면서, 분쟁 건수도 증가
[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 중고나라에서 신던 나이키 신발을 판매한 A씨는 한 달도 넘어 구매자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깔창에 새겨진 나이키 로고가 일부 지워져있다는 이유로 환불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A씨는 판매 당시 해당 하자 사항을 알지도 못했고 이미 한 달이나 지나 환불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판매자는 막무가내로 플랫폼에 분쟁신청을 하고 민사 소송을 걸겠다며 연락을 끊었다.
# 당근마켓에서 입던 의류를 판매하려 올려놨던 B씨는 다른 이용자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사이즈를 묻는 질문에 구매자인줄 알고 친절히 답을 해줬지만 이내 상대방은 대뜸 "다음에 기회되면 밥이나 술 한 잔 하겠냐"며 만남을 제안했다. B씨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상대방을 신고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커진 중고시장에서 분쟁 건수도 덩달아 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24조원으로 약 6배 성장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업계는 잘 쓰지 않는 물건을 방치하거나 버리지 않고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게 하려는 친환경 소비 실천의 한 형태로 중고거래 시장이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장기화된 코로나19와 고물가 시대에 알뜰한 소비를 위해 중고거래로 눈을 돌린 사람들도 많아진 것도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거래 분쟁 건수도 늘어나 플랫폼사들은 쓴웃음을 짓고 있다.
KISA에 따르면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3사에 신청된 분쟁 조정 신청도 2019년 277건에서 지난해 3373건으로 3년 새 12배 늘었다.
플랫폼에서의 거래 양상에 따라 분쟁 양상도 달랐다. 택배거래가 주가되는 중고나라·번개장터에서는 △물품 거래 시 언급되지 않았던 하자의 발견과 △구매 물품과 배송 물품이 다른 경우 등이 많았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액수가 큰 사기 관련 문의 같은 경우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지만, 개인 간 거래가 많아지면서 분쟁 건수는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당근마켓의 경우 동네 사람들이 직접 만나 거래하는 직거래 방식이 주가 된다. 이에 따라 중고거래 물품에 대한 분쟁과 함께 이성·종교 관련 목적의 접근 등 개인 사생활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고거래 분쟁 건수가 증가하면서 플랫폼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개인 간 거래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에서 조치에 소극적이던 각사는 최근에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중고나라는 이날 사기피해 발생 시 최대 100만원까지 보상하는 '중고나라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난달부터는 반복적으로 상품을 등록하는 ID의 이용을 제한하고 ‘파트너 제도’를 통해 안전한 거래가 가능한 업체들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연말까지 각 물품 카테고리 별로 명시해야할 정보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이용자들 간 정보 누락으로 인한 분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번개장터는 24시간 운영되는 사기 모니터링 시스템과 함께 60여명의 민원 처리 인원을 통해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분쟁 발생 시 비매너 사용자에 대한 제재 정책도 운영한다. 4번 제재를 받게 되면 계정이 영구 차단되며, 재가입 역시 제한된다.
당근마켓에서는 ‘연애 목적으로 대화해요·정치/종교 관련 대화를 시도해요’ 등의 항목으로 중고거래·동네생활을 통한 접촉에서 불쾌감을 주는 사용자를 제재하고 있다. 해당 사안은 신고 내용에 따라 경고부터 최대 영구 제재까지 될 수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에서 문제를 일으켜 제재당한 경우 번호나 아이디를 바꿔도 동일인임을 판별해 재가입을 못하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적용하는 등, 이용자 피해 방지와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