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현해탄에 훈풍이 분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전환되고 있다. 경직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민간외교관’들이 앞장서는 모습이다. 4대그룹 및 주요 그룹 총수들과 경제단체 수장들이 일본의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는 데 여념 없다.

지난 4일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았던 한일재계회의가 3년 만에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는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이 총출동했다. 이를 두고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일재계회의는 4대 그룹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탈퇴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주최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일 재계단체의 교류·협력 재개는 물론 한국 내 경제계 대화의 문도 열리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특히 이번 회의 과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단과 연쇄 미팅을 가지며 양국 기업의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전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이단렌은 일본 기업 1494곳이 가입해 있는 일본 최대 경제단체다. 회원 기업간 이견 조정은 물론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조언하는 등 일본 경제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부회장과 게이단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히가시와라 토시아키 부회장(히타치그룹 회장)은 업무적으로 이어진 인연이어서 교류가 자연스럽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용 편광필름을 공급한다. 히타치그룹은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를 공급 받는다.

7일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게이단렌 수뇌부의 회동을 두고 “민간 차원의 한일관계 개선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민간 외교활동이 양국 관계 개선 무드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지난달 24~26일 일본 도쿄에서 미무라 아키오 상의회장,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시마다 아키라 NTT 사장, 사토 야스히로 전 미즈호그룹 회장 등을 만났다. 특히 미무라 회장에겐 올해 11월 부산에서 한일상의회장단 회의를 여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차원에선 소재전문회사인 SK㈜머티리얼즈가 일본 종합소재기업 쇼와덴코와 반도체 소재 북미 동반 진출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에 따라 양사는 협업 진행 상황에 따라 미국 반도체 소재 시장 진출을 함께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2019년부터 개최 중인 ‘도쿄포럼’ 등을 통해 일본 사회와 민간 차원 교류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한일관계의 회복 조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나타났다. 한일 양국 경제인들은 지난 5월 30일 화상으로 제54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열고 한일 경제협력 확대와 양국 정부 간 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후 서울과 도쿄를 잇는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의 운항이 6월 말부터 재개됐다. 운항이 중단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한일 양국 교류의 상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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