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 5월 10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2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 5월 10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2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재에 시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노조리스크’까지 겹치며 어려움에 봉착했다.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무분규 임금교섭을 이어갔지만,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쌍용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3개사(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하투(夏鬪, 노조 여름 투쟁)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노사갈등은 현대차와 쌍용차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등 최근 대내외 리스크 속에서 노사가 같이 극복하려는 목표를 세운 것과 비교되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전날부터 노동쟁의 행위를 위한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이번 찬반투표는 부재자 투표, 이날 본 투표로 나눠 진행된다. 투표 결과, 과반 찬성이 나올 경우 오는 15일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 노사갈등의 쟁점은 ‘교섭 주기’ 변경이다. 사측은 임단협 주기를 매년에서 다년으로 바꾸자는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사측은 매년 교섭으로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는 대신, 올해부터 3년간 매년 기본급 6만원 인상, 성과급 지급안 등을 제시했다. 이에 노조는 다년 합의안이 노조를 무력화시킨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르노코리아 노조 측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교섭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사측은 오직 다년 합의안만 외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며 "파업은 목적이 아니라 교섭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 교섭에 들어갔다. 노조는 △기본급 월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 지급 △전기차 배정 등을 요구한 상태다.

한국지엠 노사는 신임 사장 취임 등의 문제로 임단협을 다소 늦게 시작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노사는 지난 8일 5차 본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이날 6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없이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4일 차기교섭을 예정하고 있지만, 노사간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현대차는 올해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는 2019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 합의다.

현대차는 전날 이동석 부사장(대표이사)과 안현호 노조 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15차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임금인상과 성과금 규모는 전년도 경영실적 향상 및 최근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 글로벌 지정학적 위협 등 대내외 리스크가 종합적으로 감안돼 전년대비 연봉 9% 수준이 증가하는 선에서 결정됐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수당 1만원,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이다.

또한 노사는 미래 자동차 산업변화 대응과 연계해 직군별 특성에 맞게 임금제도를 개선하고, 연구소 부문 우수인재 및 R&D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직군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내년 3월말까지 마련키로 합의했다.

아울러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경영환경과 리스크 요인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노사 대표가 참석하는 ‘국내공장 대내외 리스크 대응 노사협의체’를 구성하고, 분기 1회 정례회의를 열어 미래 자동차 산업 트렌드, 생산/품질/안전 지표 등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앞서 노사는 전동화 확산 등 글로벌 자동차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국내공장의 미래 비전 및 직원 고용안정 확보를 위해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과 기존 노후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한바 있다.

현대차는 특별 합의서를 통해 2025년 양산(2023년 착공)을 목표로 국내에 현대차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하고, 신공장으로의 차종 이관과 국내공장 생산물량 재편성을 통해 기존 노후 공장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등 국내투자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와 연계해 현대차는 중장기 국내공장 개선 투자를 추진하며, 미래 제조경쟁력 강화 및 작업성·환경 개선을 위한 최첨단 생산·품질 시스템 등을 도입하기로로 했다.

노조는 대규모 국내공장 투자 추진과 연계해 △유휴부지 및 글로벌 수준의 생산효율ᆞ품질 확보 △공장 재편에 따른 차종 이관과 인력 전환배치 △투입비율 조정 및 시장수요 연동 생산 등 제반사항에 대한 협의에 적극 노력하기로 화답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1996년 아산공장 완공 이후 29년만에 국내에 현대차 신공장을 건립하고, 기존 노후 생산라인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등 최대 국내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공개한데 이어 국내에도 현대차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키로 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 노사는 미래 산업 전환에 따른 인력감소에 대비해 생산현장 기술직 신규채용을 시행키로 합의했다. 2023년 상반기 내 전동화, 제조기술 변화 등을 고려한 전문인력 중심 기술직 신규채용을 실시하고, 채용규모 및 방식은 향후 정년퇴직 발생에 따른 필요인원과 중장기 자동차 산업변화 감소 요인 등을 감안해 올해 11월 말까지 결정키로 했다.

노조 측은 현대차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십수년 없었던 신규인원 충원과 신공장 건설 관련 사측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측이 신 공장건설로 현장권력과 고용불안을 조장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반면 현대차는 정년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원칙을 이어갔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수급 대란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리스크 속에서도 노사가 국내공장 미래 비전과 고용안정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는 논의 끝에 ‘4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자동차산업 전환기와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사업장이 글로벌 허브(HUB) 역할과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업회생 절차에 있는 쌍용차 역시 노사 모두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삼고, 13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부터 3년 단위로 임단협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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