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BW 등 발행으로 950억원 실탄 마련
"체질개선 없이 외연만 확장" 리스크 커져
대규모 전환사채 결국 주가 악영향 우려도

6년여간 영업적자에 시달린 플레이그램이 최근 CB와 BW를 발행해 한컴MDS 인수자금을 마련하자 너무 무리하게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지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6년여간 영업적자에 시달린 플레이그램이 최근 CB와 BW를 발행해 한컴MDS 인수자금을 마련하자 너무 무리하게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지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플레이그램이 최근 400억원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한컴MDS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6년여간 영업적자에 시달린 기업이 너무 무리하게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플레이그램은 지난 20일 비분리 BW 200억원을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과 이달 4일에도 각각 100억원과 200억원의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투자금은 한컴MDS 인수자금에 쓰일 예정이다.  플레이그램은 영상콘텐츠 및 MRO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플레이그램은 한글과컴퓨터와 지난 5월 한컴MDS 주식 286만4477주(32.21%)와 한컴인텔리전스, 한컴로보틱스, 한컴모빌리티 등 11개 자회사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직전 한컴MDS의 주가(2만2000원)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인수금액은 950억원으로 정해졌다. 플레이그램은 계약금으로 우선 200억원을 지급하고 오는 22일 잔금을 치를 예정이다.

1분기 기준 기타 금융자산, 기타 유동자산, 현금 및 현금성자산 등을 포함한 플레이그램의 자금여력은 556억원이다. 여기에 CB와 BW 발행으로 얻은 400억원의 투자금을 합치면, 한컴MDS 인수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그램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추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플레이그램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추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하지만 2016년 이후 6년 넘게 영업적자를 겪고 있는 플레이그램이 인수하기에는 위험한 승부수다. 플레이그램은 2016년 2억8000만원, 2017년 27억4396만원, 2018년 11억 7820만원, 2019년 13억3589억원, 2020년 21억4297만원, 2021년 15억1114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누적된 결손금 때문에 2016년 627억원이던 총자본금은 2019년 466억원까지 감소했다. 2020년 자본잠식 수준으로까지 결손금이 발생하자, 그해 9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자본금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같은 해 12월 179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재무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올해 1분기에도 5억6986억원의 영업적자가 이미 발생해 플레이그램의 경영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이 상황에서 외연 확장에만 치중하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대주주인 트라이콘1호투자조합은 지난해 하나모두 외 특수관계인 4인이 보유한 주식 794만3930주를 매입하고, 제3자 유증 방식으로 지분을 추가 매입해 1704만3930주(19%)를 보유하고 있다. 트라이콘1호투자조합의 최대주주는 트라이콘홀딩스(57%)다. 트라이콘홀딩스는 현재 김재욱 플레이그램 대표가 최대주주(45%)로 있는 회사다. 

김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를 인수해 암호화폐거래소 빗썸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인물이다. 빗썸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나면서 확보한 자금을 플레이그램 인수에 사용했다. 김 대표는 플레이그램 인수 이후, 대체불가토큰(NFT)과 소셜카지노 사업 등을 정관에 추가하며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김 대표의 이러한 공격적인 성향이 한때 플레이그램의 주가 부양에 힘을 실어줬으나, 한컴MDS 인수 이후 플레이그램의 영업적자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위험에 빠질 우려가 크다.

여기에 인수과정에서 발행한 CB와 BW로 중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플레이그램의 CB와 BW잔액은 각각 650억원과 100억원이다. 주식으로 모두 전환된다면, 현재보다 6988만8322주가 더 발행된다. 이는 기발행주식총수(8971만7066주)의 77.8%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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