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회주의자...본인의 뜻대로 안되니까 불만 표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던 중 땀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던 중 땀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이재명 의원으로부터 인천 계양을에 자신을 공천해달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의원 공천에 대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직접 출마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뒤집는 주장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이 의원은 자신을 공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이 의원이 본인을 이제 (인천 계양을 지역으로) '콜(call)'해 달라고 직접 전화해 압박을 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호출(공천)을 안 하면 당장 손들고 나올 기세로 말해 공천을 결정했지만, 그 후 옳지 않다는 판단에 지금까지도 후회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대선 패배 후 이 의원이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불거진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에 대해 "자기가 부릴 수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비대위원장에 앉힌 건데 본인의 뜻대로 하지 않으니까 거기에 많이 불만을 표출하신 것이 아닌가"라며 "대의를 위한 사람인 줄 알았으나 지금은 자기의 안위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기회주의자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대담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대담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대위원장을 지내던 시절 박 전 위원장은 “매주 월요일 (오후) 4시에 고위 전략회의가 있는데, 전 거기서 그냥 개무시를 당했다”며 “눈도 안 마주치고 제 이야기를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그냥 대놓고 무시당하기 싫어서 비공개회의를 다 없애고 싶었다"고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고위 전략회의에 가기 2시간 전부터 우울했다며, 자신의 말을 귀 기울이지 않는 의원에게 “제 말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으니 “뭐라고 하셨죠?”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반복된 무시에 박 전 위원장은 “저 좀 패싱(passing)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전당대회 출마가 피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불허된 것을 두고도 "필요할 때는 자리에 앉혔다가 본인들 말을 듣지 않고 자기들의 입맛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까 출마를 '허용해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것에서 민낯을 보았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당초 출마 목적에 대해선 '당선'이 목적이 아니었다며 "민주당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제 국민 앞에 낱낱이 보여 드리고자 했다. 민주당의 갈 길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쇄신을 한 번이라도 더 말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 때 이 의원이 직접 민주당에 영입한 인물로, 대선이 끝난 뒤에는 비대위원장을 지냈다. 다만 당 쇄신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와 연이어 갈등을 빚었고, 6·1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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