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치·폭정 상징 베르사유궁처럼?"...박보균 "소형 모형·사진 등 검토"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논란이 일었던 청와대 복합문화공간 활용 방안을 거듭 밝혔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박보균 문체부 장관 사이에 기싸움이 이어졌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 구 본관 터 모형 제작에 관해 “초소형 모형을 어떤 형태로 할 지, 사진으로 보여줄 지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오해를 불식시키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프랑스 베르사유궁을 본보기 삼아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5대 핵심과제를 밝혔다. 이 가운데 옛 조선총독 관저로 쓰였던 청와대 구 본관 터를 복원해 모형으로 제작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이에 박 장관은 “청와대는 대통령 역사의 상징으로, 구 본관은 소형 모형물(미니어처)로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며 “미니어처 제작 콘셉트는 조선총독관저 복원이 아닌 1948년 이승만 대통령부터 43년간 사용한 우리 대통령 집무실이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질의에서 "문화재청 노조가 베르사유 궁전처럼 꾸미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이 훼손되는 계획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한술 더 떠서 모두가 반대하는 구 본관인 조선총독부 관저를 미니어처로 제작한다고 했다"며 "이걸 왜 문체부가 나서서 복원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박 장관은 "베르사유 궁전처럼 꾸민다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발표한 적도 없다"며 "원형을 보존하면서 예술·전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글로벌 대표사례가 베르사유 궁전이기 때문에 사례를 하나로 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조선총독부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다시 '베르사유 궁전처럼'이라고 한 박 장관의 발언 영상을 재생하면서 "베르사유가 화려한 외관으로 뒤덮인 사치와 폭정의 아이콘이라면 청와대는 고려 남궁터에서 경복궁의 후원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때에는 문민정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지적하자 박 장관은 "뒷부분이 빠졌는데, 거기에 핵심이 있다"며 "베르사유 궁전처럼 청와대 원형을 보존하면서 전시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것), 원형 보전에 핵심이 있다"고 맞받았다.
전재수 의원은 대통령실과 문체부, 문화재청 사이의 혼선을 지적하면서 "대통령실과 중앙정부가 봉숭아학당이 돼야겠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다른 부처를 무시하고 대통령실도 패스하는 장관님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의아하다"며 "인수위 누군가, 또는 김건희 여사 측 주변에서도 청와대의 미술전시관 활용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은 "청와대의 문화예술공간 활용은 대통령의 비전과 철학을 바탕으로 출발했다"며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칠 요소가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치밀한 협조와 조율이 있었다"고 답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박 장관에게 충분한 해명 기회를 주며 민주당의 공세에 방어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의 주장처럼 치욕스러운 일제 야욕의 복원이 아니라 아픈 역사도 기억하고 싶은 것 아니냐"고 질의했고 박 장관은 "옛 조선총독부 외형을 미니어처로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정확히는 대통령 집무실 보여주기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마치 문체부와 문화재청의 입장이 다른 것처럼 표출됐는데, 실제로 소통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황보 의원은 "이런 것들로 국민들이 우려하게 만들지 말라. 해외에도 원형을 보존하며 개방해서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