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지난 8일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자동차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갑자기 물이 불어난 도로에 놓인 운전자들이 큰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 속출했다. 업계에선 침수상황에 처할 경우 운전자의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폭우 영향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침수차가 발생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선 전날에만 1000대 이상의 침수차 신고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불가피하게 침수지대를 지나야 하거나, 물이 급격하게 차오른다면 운전자는 신속하게 판단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도로 침수가 심하지 않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시속 30㎞ 정도로 유지한 채 한번에 빠르게 지나가야 한다. 그러나 침수 정도가 타이어 절반 이상 수준이라면 해당 지역을 통과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침수 정도가 타이어 절반 미만이라면 물에 잠겼어도 주행에 큰 지장은 없다. 다만 침수지대를 계속 주행할 경우, 물이 엔진룸으로 밀려 올라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물이 엔진 흡기구까 차올라 엔진 내부(실린더)에 들어갈 경우, 수백만원의 수리비가 발생할 수 있다.
주행 중 시동이 꺼졌다면 시동을 다시 거는 행동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시동을 거는 순간 엔진으로 물이 급격히 빨려 들어가 큰 고장을 유발한다.
자동차가 이미 침수됐다면 시동을 끄고 대피해야 한다. 이 때 물이 더 이상 불어나지 않고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차량 본넷을 열고 배터리 단자를 빼 놓는 것이 좋다. 이는 차량 전자장치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침수지대에 있다면 운전자는 물이 불어나는 정도를 먼저 판단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이미 침수지대에 있다면 시동을 끄고 배터리 단자를 빼 놓은 후에 견인해 조치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절반 미만 정도로 침수된 차량은 보험사나 제작사 등을 통해 견인해 세척하고 건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다시 주행하는데 무리가 없다. 다만 운전석이나 실내에 물이 들어 갔을 경우엔 시트 밑 전기 장치의 고장 여부를 확인해 정비나 수리해야 한다.
침수 정도가 심한 차량은 자동차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 보험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 부주의로 침수지역에 무리하게 들어갔을 경우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
최근 보급이 급격하게 늘어난 전기차의 경우, 침수가 되더라도 심각한 고장이 발생하지 않는다. 배터리 등 습기에 취약한 부품이 많은 전기차는 제작시부터 철저한 방수기능을 탑재했기 때문.
배터리는 습기로부터 보호하는 방수 특수팩 쌓여 있다. 이에 배터리 팩은 일정시간 물에 잠겨도 안전하도록 설계됐다. 또 감전의 위험을 막아주기 위한 전원 차단 기능도 있어 2~3중의 보호장치를 갖췄다. 배터리에 물이 침투할 경우 감전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해 차량 구동이 완전히 멈추게 된다.
이호근 교수는 “배터리가 탑재된 차라고 해서 특별히 물에 약하다라고 볼 수 없다”면서 “배터리 팩에 누수가 발생하면 전력이 차단되면서 각종 센서들이 침수여부를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배터리팩이 부서지는 사고가 났을 때 수분이 들어가게 되면 배터리에 열폭주가 발생, 화재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