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인천공항공사가 이달 면세 사업자 입찰을 재추진한다. 입찰 대상은 총 15곳으로, 코로나19로 철수했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된 면세구역들이다. 면세업계는 규모가 큰 만큼 이번 입찰에 주목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더딘 인천공항의 여행 증가 속도와 고환율, 임대료 산정 방식 등을 놓고 신중한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이달 내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사업권 9개와 제2여객터미널 사업권 6개의 공고를 낼 예정이다.

당초 올 상반기 입찰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관세청과 공사가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합의가 길어지며 일정이 늦춰졌다.

특허 만료 시점은 1터미널이 내년 7월, 2터미널은 내년 1월이다. 공사는 만료 시점이 임박한 만큼 공백을 줄이기 위해 사업자 선정을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입찰 대상 규모는 인천공항 내 전체 면세 사업권 18개의 83%에 달한다. 이번 사업권은 사업 규모가 크고, 최대 10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만큼 입찰 결과에 따라 국내 면세점 업계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여행객에게 면세점을 알릴 수 있는 좋은 홍보 역할은 물론, 세계 1위 면세점으로, '바잉파워(구매력)'와 홍보 효과에 탁월한 곳으로 과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매출 규모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공항면세점 운영이 가지는 상징성은 크다"며 "시내면세점에 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때도 공항면세점 운영 여부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업계는 사업 규모가 크고, 최대 10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에 입찰을 고민하면서도 임대료 조건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불어난 손실이 아직 회복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료 산정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공사는 면세 사업자의 매출에 관련 없이 매달 정한 일정 금액을 임대료로 내야 하는 '고정임대료'를 고집했다.

코로나19로 면세점 이용객이 없는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 부담에 2020년 2월, 9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은 모두 유찰됐다.

결국 공사가 임대료 산정 방식이 흥행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관계자는 "과거 시내면세점에서 높은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공항 적자에 대한 상쇄가 가능했는데, 이젠 시내면세점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입찰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없어 조건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임대료 조건만 완화된다면 입찰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3일부터 입국 전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의무 제출 제도가 폐지되면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중인 면세 한도 확대와 관세법 개정안으로 업황 회복도 전망된다. 정부는 면세 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이고, 면세로 국내에 반입할 수 있는 술을 1병에서 2병으로 늘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이후 인천공항에서 세부 사안을 정해서 공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부적인 방안이 나와봐야 결정을 내릴 수 있겠지만, 10년짜리 사업권이다 보니 조건이 몹시 나쁘지 않은 한 대부분의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