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강달러 지속에 이달 들어 7650억원 순매도 행진
증권가 "원·달러 환율 1400원도 가능...업종별 대응해야"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지난 두 달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무섭게 빠져나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7650억원을 내다팔았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1조8110억원, 3조9830억원을 순매수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돌아선 외국인에 7월과 8월 각각 5.1%, 0.84% 상승했던 코스피는 이달 들어 2472.05에서 2410.02까지 2.51% 하락했다.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3.42% 급락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이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4000억원, 700억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다. 이에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 가량 감소한 2370선까지 떨어졌다.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의 순매도를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85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물가를 잡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최근 국내 뿐 아니라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모두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강달러 및 경기침체 논란 등으로 향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강달러에도 수출개선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원자재 수입 증가 등으로 무역적자가 크게 확대되는 등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달러에 외국인들의 수급이 불안정세를 보이며 국내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주가도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과 기아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1.75% 하락하며 5만6000원 선을 위협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달 들어 4.36% 감소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장중 9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는 외인들의 매수 행렬이 이어지며 강달러 수혜를 톡톡하게 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이달 6일까지 1거래일을 제외하고 현대차를 순매수하고 있다. 이 기간 현대차 주가도 같은 기간 19만6000원에서 20만1000원까지 2.55% 급등했다. 이날에도 현대차는 -0.25% 약보합으로 선전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업종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상승 배경은 탈 세계화에 따른 수익성 훼손 문제가 반영됐다고 판단한다"며 "환율 리스크를 주시하며 주식시장도 보수적으로 대응해야겠으나, 일부 업종에서는 원화 약세 수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종별로 단기 영향으로는 △기계 및 장비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와 전기장비 △운송장비 등의 수혜가 예상되며, 장기적으로는 화학제품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