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찰참가자격 제한…"방산 특수성 고려 못해"
시험비행 소음피해 보상 기준 부재…"보상 주체 명확히 규정해야"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국내 방산업체가 최근 폴란드 정부와 대규모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방산 강국'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부정당 업체의 임찰참가자격 제한 등 불합리한 방산 관련 규제로 자칫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F-21 시제기. 사진=연합뉴스
KF-21 시제기. 사진=연합뉴스

◇ 부정당 업체 임찰참가자격 제한…"수주절벽에 경영난 직면"

방산업계는 부정당 업체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에 대한 제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계약 불이행·미체결, 허위서류 제출, 입찰담합 등에 따라 부정당 업체로 지정되면 정부 사업 입찰에 일정기간 참여할 수 없다.

방위산업은 특수 산업으로 일반 공사계약·공산품 조달 등을 전제로 하는 국가계약법 내 제재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반 상용품 생산 업체와 달리 정부 사업이 주요 매출원인 방산 업체의 경우,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받으면 수주 절벽 등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당 업자로 지정된 이력이 있는 방산 업체는 일정 기간 입찰 참가 시 각종 감점을 받아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절충교역 참여업체 선정 등에서 최근 2~3년 내 제재 이력이 있을 경우 그 기간에 따라 감점을 받는다.

부정당 업체로 지정될 경우, 임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기보다는 과징금 부과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감점 제도를 이중 제재로 판단한 만큼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업체에 과징금 처분 선택권을 주면 주요 방위력 개선 사업의 추진 연속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제재의 실효성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시험비행 소음 피해 기준 없어…"정부가 보상해야"

훈련·작전을 위해 직접 사용하는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소음 만을 피해 보상 대상으로 규정한 '군소음보상법(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도 개정해야 한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공군의 노후 외산 전투기를 대체하고, 주변국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중 전력 증강 차원에서 한국형 전투기 사업(보라매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형 전투기(KF-21 보라매)는 2015년 체계 개발을 시작, 오는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실전에 배치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보라매 사업을 맡았으며, KF-21 시험 비행은 군 통합시험팀(CTT) 주관 하에 KAI 시설이 아닌 사천 인근 공군 비행장에서 공군·KAI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행법은 군용비행장에서 군용기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피해에 대해 주변 지역 주민들이 겪는 정신·재산적 피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투기 개발·생산으로 인한 소음 피해 보상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지난 7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소음보상법' 개정안을 통해 제기됐다.

하 의원은 발의안에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국내 방위산업체가 사업을 주관하지만 사업 성과물의 종국적 귀속 주체는 대한민국 정부"라며 "개발 및 양산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각종 시험 비행에 따른 불가피한 소음 피해 보상의 법적 주체도 대한민국 정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용항공기 사업 수행을 위해 사업관리기관이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항공기도 소음 피해 보상 대상으로 포함시켜 주변 지역주민들에게 신속하고 예상 가능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KF-21 보라매 개발·양산 중 시험 비행에 따른 소음은 정부 계약사업 이행 과정 중 발생하는 불가항력 사안으로 개발 결과물의 최종 소유자·사용자인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KF-21 시제기. 사진=연합뉴스
KF-21 시제기. 사진=연합뉴스

◇ 현행 사업타당성조사…개발·양산 장기간 공백 발생

방산업체들은 '무기체계 양산 사업타당성조사'가 현행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이후가 아닌 '체계개발 중 시험비행' 단계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KF-21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수립할 당시, 체계개발 중 사업타당성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6년 3월 '국방사업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개정하면서 사업타당성조사가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이후 시행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기존 진행 사업(KF-21 등)에도 소급 적용됐다.

이에 전투용 적합 판정 이후 사업타당성조사를 착수하면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기재부는 2020년 11월 양산 사업타당성조사 착수 시기를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이후로 앞당기도록 지침을 재개정했다.

산·학·연은 "일반 무기체계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함정·항공·위성과 같이 개발에서 양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 개발과 양산 간 기간 공백이 발생하면서 구매 발주 애로, 업체 유휴 인력 발생 우려, 군 전력화 지연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現 국회의장)은 개발과 양산 간 공백이 발생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양산 사업타당성조사를 통합 진행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기재부 지침대로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이후에야 양산 사업타당성조사를 하게 되면 KF-21의 군 전력화 시점은 2년 정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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