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미행사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 30% ‘급락’

글로벌 채권시장/제공=연합뉴스
글로벌 채권시장/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국내 금융사 거래가가 급락했다. 흥국생명·DB생명보험 콜옵션 미발행 여파다. 금융권에서는 예상대로 국내 글로벌 채권시장이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현재의 고금리 현상과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국제보험회개제도(IFRS17) 및 K-ICS(킥스) 변수를 위험한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7일 보험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국내외 외화채권시장에서 흥국생명의 액면가 100달러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지난 4일 72.2달러로, 이달 1일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공시 직전인 10월 말 99.7달러 보다 30% 가까이 급락했다.

또 다른 금융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가격도 급락했다. 오는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지난달 말 83.4달러에서 지난 4일 52.4달러까지 하락했다. 또 내년 8월 만기인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지난달 말 96.6달러에서 이달 3일 88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지난달 말 87.5달러에서 지난 4일 77.8달러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낮아졌지만 거래는 저조하다. 이 같은 현상은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상환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시장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차질이 생겨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물의 신종자본증권은 콜옵션 행사가 암묵적인 관행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달 상환을 예상하고 100달러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상환 시기를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해당 증권의 실질적인 만기로 인식하고 있다.

흥국생명과 DB생명보험의 콜옵션 미행사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국내 금융사의 외화채권 발행이 위축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기적으로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보험사가 자금 조달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한국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일반 해외채권 수요가 줄고 발행 금리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발행 조건상 이자율 재설정 조항이 있고 그에 따라 콜옵션 행사 가능 시기를 6개월 연장한 상황이고,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콜옵션을 행사하면 되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전문가들도 콜옵션 미행사는 종종있고, 조기상환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큰 이슈가 되지 않는 편이라며, 콜옵션 미행사가 계약위반도 아니고 전체적인 조달 여건이 어려워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각 보험사의 지급여력이다. 그동안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의 어려움이 없다면 30년 이상 정해진 만기가 없이 갚지 않아도 되는 채권이라서 ‘영구채’로 분리됐다. 하지만 이번 콜옵션 미행으로 각 보험사의 지급여력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보험업감독규정 상 보험사는 후순위채무를 상환한 후의 지급여력비율이 150% 이상인 경우 콜 행사가 가능하다. 연초부터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며 보험사 지급여력은 지난해 대비 낮아졌다. 결국 보험사의 자금력 부족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IFRS17과 K-ICS도 변수이고 지급여력이 낮은 보험사의 콜옵션 미행사 사례가 잦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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