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91.3원↓…인플레이션 정점 인식, 위험자산 선호↑
미국 CPI 시장 전망치 하회, 연준 금리인상 조절론 부각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14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며 '강달러'가 안정됐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둔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 등이 맞물려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25.9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7.50원(0.57%) 오른 수준이나 이달에만 91.3원 빠졌다.
1440원을 상회하던 지난달 말과는 '딴판'으로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달러의 가치가 소폭 내린 것에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7.9%)를 하회했고 8개월 만에 7%대로 내려 앉았다.
위험자산 선호심리도 개선되면서 뉴욕증시도 9~11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때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8% 뛰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5%, 나스닥지수는 9.4% 각각 올랐다. 또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0포인트에서 100포인트 초반대로 내려 앉았다.
시장의 이목은 환율의 방향에 쏠리고 있다. 우선 연준은 다음달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시장에선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현실화되고 한동안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도 유지된다면 원·달러 환율의 점진적 하락 방향성은 유지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 연구원은 이번 환율 급락은 '쏠림'이 동반된 것이라고 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에 나와 공적기관의 기존 해외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 확대를 요청하겠다는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공적기관이 환헤지 비율을 상향하면,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달러 현물환을 매도하면서, 시장의 물량이 늘어나게 된다. 추 부총리의 발언으로 환율은 이날 59.10원(4.29%) 하락한 1318.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 연구원은 "연준의 피벗을 기대하더라도 물가에 대한 경계 심리는 유효하다"라며 "따라서 환율은 변동성 국면 이후 적정 레벨을 찾아가며 하락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10월 동행지표 발표와 무관하게 '제로 코로나' 기대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원·달러 하락 우위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다만 일주일 간 100원 가까운 급락 속도는 다소 과도하게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