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기조 유지..."기뻐하기 일러"
펀더멘탈 약화...추세적 반등 시기상조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미 증시가 급등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0월 CPI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7% 올랐다고 밝혔다. 예상치인 7.9%를 0.2%포인트 하회하며,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Fed)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CPI 특징은 식품과 신차, 중고차, 의료 서비스 등 전반적인 품목들의 물가 상승이 둔화됐다는 점이다. 반면,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1.8% 상승해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깜짝 CPI 발표에 미국 증시는 크게 올랐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장 대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3.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54%, 나스닥지수가 7.35% 폭등했다.
이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도 훈풍이 불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3% 넘게 급등하고 있다. 환율 또한 1300원 중반대로 급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환호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 후반의 CPI 수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연준 입장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긴축 정책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로리 로건 댈러스 연준 총재는 "CPI 완화로 안도감은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노동시장은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고, 임금은 2% 인플레이션과 일치하는 비율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의 반응은 비이성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연준의 slower(더 느리고), higher(더 높고), longer(더 긴)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잔존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자체에 남아있는 부담도 상당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역실적 장세와 경기약화, 실적 부진 등 펀더멘털 동력 약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재화 소비, 서비스 물가 둔화가 CPI 서프라이즈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자칫하면 올해말, 내년초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와 과도했던 통화정책에 대한 안도감 후퇴가 동시에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펀더멘털은 더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세반전, 밸류에이션 레벨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CPI 서프라이즈로 코스피가 2450선을 넘어설 수 있지만, 추격매수는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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