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산안법·중대재해법 등 개정 추진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지현 기자] 근로자가 일터에서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이 사후 규제·처벌 중심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통한 사전 예방 위주로 전환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사망 사고가 과거보다 더 늘어나자 기조를 전환한 것이다. 우리나라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이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에 마련된 로드맵은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전 예방체계 확립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 분야 집중 지원·관리 △참여와 협력을 통해 안전의식과 문화 확산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 등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로 이뤄졌다.

'자기규율(자율) 예방체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규범·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위험 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 평가'를 핵심으로 한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 법령·기준을 정비해 기업이 핵심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유지하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사항은 예방 규정으로 바꿀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한 형사 처벌 요건을 명확히 하고, 역시 자율예방 체계에 맞춰 손질하는 등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이래 규제와 처벌에 주안점을 뒀다"며 "이에 많은 기업이 안전 역량을 체계적으로 향상하는 일보다 당장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 작업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이 현실"이라고 정책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법이 2020년 1월 개정시행됐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올해 1월 시행됐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기업의 사망사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OECD 국가별 사고사망 만인율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OECD 국가별 사고사망 만인율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지난해 한국의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은 0.43‱(퍼밀리아드)다. 상시근로자 10만명당 4.3명이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숨진다는 의미다. 영국의 1970년대, 독일·일본의 1990년대 수준이다. OECD 평균은 0.29‱이다. 

정부는 중대재해의 80.9%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는 맞춤형 시설과 인력 지원을 통해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도울 예정이다. 특히 소규모 기업이 밀집한 주요 산업단지는 공동 안전보건 관리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화학 안전보건 종합센터를 신설·운영하기로 했다.

업종별로 따졌을 때 중대재해의 72.6%가 발생하는 건설업과 제조업에는 인공지능(AI) 카메라, 추락 보호복 등 스마트 기술·장비를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아울러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원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 향상을 지원하는 사업을 늘리기로 했다.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는 대폭 확대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참여 중심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대상 사업장을 '100인 이상'에서 '30인 이상'으로 넓힌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근로자의 핵심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명시한다.

아울러 '안전보건 종합 컨설팅 기관'을 육성하고, 응급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근로자 대상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늘린다.

이 같은 로드맵을 통해 지난해 OECD 38개국 중 34위(0.43‱)에 그친 사망사고 만인율을 2026년까지 OECD 평균(0.29‱)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번 로드맵은 선진국의 성공 경험, 수많은 안전보건 전문가와 현장 안전 보건 관계자의 제언에 기초해 마련한 감축 전략"이라며 "일터 안전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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