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삼성 집안 사람들의 언행은 늘 뉴스거리가 됩니다. 재계 1위 기업을 이끄는 그들은 ‘사인’(私人)이 아니라 ‘공인’(公人)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지난달에는 조금 더 특별한 풍경이 삼성가(家)에서 잇달아 펼쳐졌는데, 두 가지 일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별세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추도식입니다.
CJ가 삼성에서 분가한 기업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양가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장남 고(故) 이맹희 명예회장과 삼남 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상속 문제로 오랜 기간 소송전을 벌이는 등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화해를 하지 못한 채 5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을 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선대에서 못다한 화해가 후대의 몫으로 남은 것입니다.
양가의 해묵은 앙금은 3세 시대에 와서 조금씩 풀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1월6일 손복남 고문 빈소를 삼성 친인척 가운데 가장 먼저 찾아 조문했습니다. 고인은 이맹희 명예회장의 부인입니다. 이재용 회장에게는 큰어머니가 됩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어머니기도 합니다. 이재현 회장은 2년 여 전인 2020년 10월25일 이건희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가장 먼저 빈소에 발걸음을 옮긴 바 있습니다. 이에 이재용 회장이 답례한 모양새입니다.
약 2주 뒤인 18일에는 ‘화목한 추도식’이 진행됐습니다. 범 삼성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이병철 창업회장을 추모했습니다. 양쪽 집안은 상속 분쟁을 벌인 2012년 이후 서로 다른 시간에 창업주를 추모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같은 시간에 추도식을 치렀습니다.
이러한 삼성과 CJ 일가의 ‘화해모드’를 주도하는 이는 이재용 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대에서 쌓인 갈등을 매듭짓고, 가족 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한국 경제의 이정표를 세우는 리더들인 삼성 집안 사람들이 내년에도 화목한 추도식을 치르게 될까요? 분명한 것은 형제 간의 갈등이 빚은 후유증이 지속되면 삼성의 토대를 다진 이병철 창업회장의 업적은 개혁의 대상이 되고, 기업가 정신이 희석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범 삼성가의 어느 누구도 원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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