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통제 실효 엇갈린 판단…"금감원 제재 기준 잘못"
함영주 회장 항소심 진행…1심 "내부통제 감독 책임"
대법 판결에 기류 변화 "유사 사례 판단 시 판례 활용"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감독원과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같은 사안으로 소송 중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2심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사에게 내린 징계의 정당성이 대법원 판결로 흔들린 만큼 함영주 회장의 남은 공판에서 손태승 회장의 판례가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20일 금융·법조계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금융위원회, 금감원과 소송전을 이어오고 있다. 1·2심을 연달아 승소한 손 회장과 달리 함 회장은 1심에서 졌고 현재 2심(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1심 패소 후 함 회장은 징계의 효력을 2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지해달라고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내년 2월과 3월 추가 변론이 남아 있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20년 하나은행이 DLF 판매 과정에서 '설명서 교부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사모펀드 신규판매 6개월 정지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함 회장(당시 하나은행장)에게는 손 회장과 같은 '문책경고'가 결정됐다.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유사한 사안임에도 두 회장의 재판 결과가 나뉜 것은 내부통제기준에 대해 각 재판부의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르면 내부통제기준엔 금융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 분장·조직구조 △임직원 업무수행 준수 절차 △이사회·임원·준법감시인 역할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실효성'은 사전적으로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는 성질'을 뜻한다. 손 회장의 2심 재판부는 우리은행의 △펀드 지침 △리스크 관리지침 △내부통제규정 △집합투자상품 표준판매매뉴얼 △업무분담규정 △리스크관리심의회규정 등에서 어느 정도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다고 봤다.
이와 맞물려 법원은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과 관련한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었던 상황에서 금감원이 '마련 의무 위반' 제재 규정을 대신 손 회장에게 적용해 제재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시 '준수 의무 위반' 제재 규정은 정부의 제안으로 법률 개정 중이었다.
따라서 금감원이 주장한 손 회장의 징계 사유 △상품선정절차 생략 기준 미비 △판매 후 위험관리 및 소비자보호 업무 관련 기준 미비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 △적합성보고 시스템 관련 기준 미비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 점검체계 미비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반면, 함 회장의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내부통제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금감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함 회장을 DLF 불완전판매 당시 하나은행의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감독책임자라고 판결했다. 금감원의 제재조치가 적법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내부통제기능은 △환경 △평가 △활동 △정보전달 △모니터링으로 순환하며 작동하는 것이고, 이 과정이 원활하면 내부통제기준 실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경우 DLF와 관련, 내부통제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고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는게 법원의 생각이다.
하나은행은 이에 앞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라고 항변했다. 또 금감원이 주장하는 실효성과 관련해 △법률이 아닌 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한 문구인 점 △지배구조법 제11조 제1항은 마련 의무와 함께 운영 의무에 관한 조항인 점 등을 토대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없다는 식의 주장 펼쳤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금융·법조계에선 손 회장이 승소한 이후 함 회장의 공판 기류도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손 회장에 대한 내부통제에 대한 법·제도 기반을 정립하기 위해 상고심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대법원이 그대로 항소심을 인정해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징계 정당성, 법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생긴 만큼 함 회장의 변호인 측은 사실 관계가 유사하다는 판단과 함께 다음 공판에서 추가 변론 여지가 생겼다"라며 "이 경우, 금감원 측에선 함 회장의 소송은 손 회장의 소송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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