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과 동일 사유"...징계 수위 경감 기대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감독원과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증권사 CEO(최고경영자) 징계도 새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에게 징계를 받아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현직 증권사 CEO는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등이다. 박 대표와 양 부회장은 라임펀드, 정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았다. 

전직 CEO 중에는 김형진 신한투자증권 전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전 대신증권 대표)이 라임사태와 관련 직무정지 징계를 받았고, 김병철 전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으로 구분되며,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3~5년 동안 금융사 취업을 할 수 없다. 

그동안 금융위는 손태승 회장 징계에 대한 법원 판결을 우선적으로 보겠다는 판단에서 증권사 CEO들에 대한 징계 의결을 미뤄왔다. 하지만 손태승 회장과 금감원의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금융위도 의결을 미룰수 만은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CEO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경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증권사 CEO들이 손태승 회장과 마찬가지로 내부통제 미흡에 따른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손 회장 재판에서 법원은 우리은행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어느정도 마련했다고 봤고, 준수 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당시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CEO에게 이를 적용한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단으로 증권사 CEO들도 부담을 다소 덜어낼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내부통제와 관련해 현행법만으로 CEO를 처벌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CEO 징계 수위도 낮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징계 꼬리표는 CEO들의 거취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실적 성과 등을 높이 평가받아 연임에 성공했지만, 징계가 확정되면 더 이상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특히, 각각 2023년과 2024년 회사로부터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박정림 대표와 정영채 대표에게 금융위의 결정은 더 민감하다. 

먼저 박 대표의 경우 올해에도 지주로부터 신뢰를 받아 한차례 더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임기가 1년이기 때문에 내년 중으로 징계가 확정되면 증권뿐 아니라 지주내에서도 자리를 잃게 된다. 정 대표도 올해 3연임에 성공했지만, 2024년이면 임기가 끝난다.

두 CEO가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 실적 달성에 있었기 때문에 금융당국 징계는 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증권사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실적이 반토막났고, 내년에도 업황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CEO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되는 것도 문제지만,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고 2년여간 부담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압박이 클 것이다"라며 "은행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증권사 CEO들에 대한 조치도 속도가 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손태승 회장의 승소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와 관련한 제재안건 처리에 참고·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우선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정리하고, 어느정도 의견이 나오면 금감원도 이를 반영한 대응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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