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개정 통해 안정화 시도...상품 구조 개선 및 비급여 표준화 필요

실손보험, 도수 치료에 1조1000억원 지급/제공=연합뉴스
실손보험, 도수 치료에 1조1000억원 지급/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의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한 가운데 ‘메디푸어’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은 일명 ‘문재인 케어가 사실상 폐기됐다. 사실 '문 케어'는 2017년 시행 당시부터 재정 적자에 대한 문제가 예고됐었다.

실손보험도 건강보험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실손보험도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적자 개선을 시도했지만 안정화에는 번번히 실패했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품의 근본적인 구조 개선과 함께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의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건강보험 개혁에 대해 “중증 질환과 필수 의료 지원은 유지하고, 의료 쇼핑과 과잉 진료로 인한 손실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건강보험 개편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 케어가 건강보험을 재정 위기에 빠트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건강보험 재정지수가 지금의 상태로 유지된다면 2040년까지 누적 적자가 6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문 케어의 적자는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문 케어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20조원과 기획재정부의 국고지원, 그리고 단계적인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30조6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17년 문 케어가 시행될 당시부터 건강보험 재원 고갈에 대한 지적은 계속 이어져 왔다.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수요가 높아진다면 보장 폭이 대폭 넓어진 건강보험의 재원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에도 2022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지수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그리고 걱정은 현실이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2020년도 건보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진료비 102조8000억원 중 건강보험 부담 비용은 67조1000억원에 달했다. 진료비의 70% 가까이를 건강보험이 책임지면서 적자폭이 증가했고, 현재의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오는 2028년에는 6조4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실손보험의 상황도 건강보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손보험 적자규모는 2017년과 2018년 1조2000억원, 2019년 2조5000억원, 2020년 2조5000억원, 지난해 2조8000억원으로 해마다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문 케어 시행 당시에도 건강보험의 급여 확대로 실손보험의 적자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적자 규모는 더 확대됐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개정을 통해 여러 차례 적자개선을 시도했지만, 정상화에는 번번히 실패했다. 실손보험은 1999년 입·통원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을 최초로 판매하며 시작됐고, 이후 표준약관을 발표했고, 갱신 주기는 줄이고 자기부담금 높이는 방식으로 여러차례 변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현재 실손보험은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출시됐고, 3세대 실손보험까지는 정상화에 실패했다. 여기에 지난해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정상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빠른 고령화 진행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이 급증했고,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량을 무리하게 확대한 일부 의료기관의 비급여 오용, 그리고 보험소비자의 과도한 의료쇼핑 등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의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성장 확대나 축소 같은 상품개선이 아니라 상품의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비급여의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부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부담하는 급여 항목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으로 나뉜다. 실손보험은 환자 본인 부담액인 급여 중 건보공단이 지급하지 않는 나머지 금액과 비급여 항목을 보장한다. 비급여 항목은 진료행위나 치료재료를 병원에서 정할 수 있다. 문제는 비급여 진료 가격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불확실해졌고, 일부 의료기관에서 과잉진료가 만연해진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비급여 항목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나 보험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표준화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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