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지분 인수설' 지속…"확인 가능한 내용 없어" 말 아껴
거래소 설립 지지부진 지적…지난해 관련 부서·추진위 발족
규제 해소 기대 vs 입지 축소 우려…"법·규제 우선 해결해야"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국내 중소형 코인 거래소들이 최근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 거래소가 국내 거래소 인수에 나섰다는 설이 돌고 있고, 부산시가 거래소를 설립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 사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간 원화 거래소에 밀려 존재감을 못 드러냈던 코인 거래소들은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또 인수설, 거래소 설립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관계자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사안은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설 △부산시의 거래소 설립 추진이다. 이중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설'은 최근 여러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고팍스의 대주주인 이준행 대표의 지분 41%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진출할 예정이다.
바이낸스는 자오창펑이 2017년 설립한 곳으로 일 거래량 760억달러, 사용자 1억2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다. 얼마 전에는 미국 거래소 FTX 인수에 나섰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 인수 보도 후 인수협상이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인수설은 지난해 말 고파이(코인 예치 서비스) 출금 지연과 관련한 고팍스 공지사항에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이 업체가 바이낸스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수설일 뿐 확정 발표, 보도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고팍스 관계자도 "언급할 내용이 없다. 인프라 업체에 대해서도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확인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시장에선 바이낸스가 국내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여러 관측,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실명계좌를 획득하지 못한 코인 거래소들은 바이낸스에서 시작된 기류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약 바이낸스가 고팍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데 성공한다면, 당국 규제·절차와 상관없이 막대한 자본으로 실명계좌를 얻을 수 있는 나쁜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대비할 규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맞물려 바이낸스 진출이 시장에 파급력을 줄지도 의문이다. 현재 국내 시장은 업비트, 빗썸 점유율이 95%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바이낸스가 이를 움직이려면 고팍스에 코인을 상장해야 하는데 국내 규제 등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코인 거래소들은 또 거래소를 만들겠다는 부산시의 행보에도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당초 부산이 만든 거래소가 등장하면 코인 거래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규제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속도'에 기대는 우려로 바뀌는 모양새다. 부산시는 지난해 시청에 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팀을 만들고, 같은해 8월 바이낸스, FTX 등과 기술, 신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각각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발족했다. 법조계 등 전문가 18명을 추진위원으로 위촉하고, 위원장에는 전 국회의원을 선임했다. 추진위의 역할은 △거래소 설립운영 자문 △외부 협력 강화 지원 등이다.
그러나 그사이 바이낸스는 부산과의 협업 대신 고팍스 인수로 항로를 틀었고 FTX마저도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업계가 직면한 한계를 앞장 서서서 극복해줄 것이라는 코인 거래소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달 출범했던 추진위도 속도가 붙지 않는 모습이다. 첫 회의 일정이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서다. 부산시 관계자는 "추진위의 첫 회의 일정을 이달로 계획 중이다"라며 "거래소 설립 추진에 대한 세부적인 활동은 회의 이후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부산시가 만들겠다는 거래소에 대해 "여러 거래소의 '협업체'로 보이는데, 현재 금융당국은 '1거래소 1은행' 규제를 강조해오고 있고 거래소와 은행들도 이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 규제부터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