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원인은 군중밀집관리 실패"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2차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2차 가해’를 지적하는 생존자들의 진술이 잇따랐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김초롱씨는 유가족·생존자·지역 상인 등이 참석한 2차 공청회 진술인으로 참석해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며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저는 이 말을 (희생자들이) 놀러갔다 죽은 사람들이라고 받아들였다”며 울먹였다.
김씨는 이어 몇 주 전 고등학교 생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언급하면서 “그때 국무총리가 했던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며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누군가에게 일상이었던 이태원과 누군가에게 일상이었던 핼러윈이 왜 아직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참사 현장에서 본 모두는 삼류가 아닌 일류였다. 삼류는 그 위에서 시스템을 잘 돌아가게 지휘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 밀집 관리의 실패”라고 강조했다.
결혼을 앞두고 약혼자를 잃은 생존자 A씨는 참사 당시를 회상하며 “구조 인원도 부족하고 사람들을 눕히는 공간도 협소하여 구조 활동은 매우 더뎠다. 초기 (소방)대원은 어떤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왜 소수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많은 인원이 투입되었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약혼자 옆을 두 시간 지키다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왜 희생자 옆을 지킬 수 없었으며 상가에서 나가야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2시간가량 희생자들을 상가 안에서 안치시켰고 아무런 대응책이 없었다”면서 “이후 주민센터에 가 실종신고를 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왜 실종자 신고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그는 정부가 유가족들의 모임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2차 가해”라고 호소했다.
A씨는 “159번째 희생자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깝고 충격을 받았다. 저역시 지금도 그런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지만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약혼자 가족 덕”이라며 “희생자를 잃었다는 슬픔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버텨낼 수 있었다. 이러한 공감이 없었다면 저역시 159번째 희생자 같은 선택을 했었을 것 같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그만큼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며 “그래서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그러한 모임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이것 또한 2차 가해”라고 외쳤다.
한편 진술인들의 울분 섞인 호소가 이어지는 와중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국조특위 위원들도 눈물을 보이며 공청회장은 눈물 바다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