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배달 플랫폼의 리뷰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악성 리뷰 및 별점 테러 등으로 점주의 피해가 커지면서 플랫폼 사들이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 역으로 리뷰의 신뢰도 하락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같은 리뷰를 두고도 소비자와 점주의 입장 차이가 극명히 갈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26일 배달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악성 리뷰 및 별점 테러 등을 방지하기 위해 리뷰 관련 규제를 강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달 플랫폼에 남겨지는 리뷰가 소비자들의 결정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이에 따라 리뷰 관련 피해 경험이 있는 음식점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해 8월 전국의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소상공인 음식점 및 주점업 사업체 300개소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78.0%가 리뷰 관련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항목들은 △고객의 잘못을 음식점의 실수로 전가하는 경우 △이유 없는 부정적인 평가 △리뷰를 담보로 무리한 서비스 요구 등이 있었다.
악성 리뷰 및 별점 테러 등에 의한 점주 피해가 가중되자, 배달 플랫폼 측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점주가 신고한 후기의 경우 30일 동안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음식에 대한 평가와 배달 서비스 품질에 대한 리뷰를 분리해 보다 정확한 리뷰가 가능하도록 했다.
배민은 또한 지난해 11월부터 배민 이용자가 남긴 평균 별점을 공개해 리뷰 작성자의 별점 부여 성향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이 상습적으로 악성 리뷰를 남긴 이용자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요기요는 신고가 들어온 후기에 대해 해당 주문과 연관이 없거나 욕설·비방 등의 내용이 담긴 경우 삭제 조치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리뷰 관련 조치가 강화되자 점주들의 불만은 줄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별 다른 이유 없이 리뷰가 블라인드 처리되면서 불만을 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가 하면, 대부분의 음식점 후기가 좋게 작성돼 리뷰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민 관계자는 “음식 리뷰 같은 경우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라 플랫폼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사장님의 신고가 있을 경우 30일간 블라인드 처리되며, 이후 고객이 삭제를 원하지 않는 경우 다시 리뷰가 정상적으로 노출된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배달 플랫폼에 남긴 리뷰가 악성리뷰인지 아닌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등 소비자와 점주 간의 입장 간극이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서는 중국집에서 짬뽕에 홍합을 빼달라 하고 음식을 주문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며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보지도 않을 요청사항은 왜 있는 거냐”며 “배달 온 짬뽕은 먹지도 않고 그냥 버렸다”고 불만을 표했다. 업체 사장은 “홍합 안 빼면 못 먹고 버리냐”며 “바빠서 요청사항을 못 봤다. 손 없느냐”고 오히려 소비자를 다그쳤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알러지라도 있으면 어쩌느냐”며 작성자를 두둔하는 입장과 “똑같은 놈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한다”며 작성자 역시 진상이라는 입장이 갈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에서 소비자의 리뷰가 타 소비자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점주 보호 차원에서 리뷰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제재는 필요하다”며 “소비자와 점주의 권익과 관련한 갈등이 늘어나는 만큼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