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4분기 실적, 컨센서스 크게 하회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가 '쇼크'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1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6986억원으로 전년보다 37.8% 감소했다.
SK하이닉스가 4분기 거둔 실적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쇼크다. 특히 영업손실 규모에서 괴리가 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1조2105억원의 영업손실을 써낼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 컨센서스는 8조1166억원이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낸드 사업에서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증권가는 4분기에만 낸드 사업에서의 영업손실이 1조원 중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공시한 실적을 볼 때 이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4분기 D램 빗그로스는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 낸드 빗그로스는 전분기 대비 한자릿수 후반 성장했다. 하지만 D램과 낸드 가격 모두 크게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평균적으로 20~25%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마찬가지로 전분기 대비 20~25% 떨어졌다.
올해 시장은 더 어둡다. 올해 SK하이닉스에 대한 연간 영업적자가 5조원 가까이 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경영 능력 또한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와 비교해 13~18% 떨어지고, 낸드 가격은 10~15% 하락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감산 규모를 더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과 같이 재고소진 속도가 더딘 상황에선 잠깐의 감산으로는 전체 메모리 시장에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 중 D램 비중은 60%, 낸드는 31%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량을 전년 대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D램 빗그로스는 전년 대비 역성장하고 낸드의 경우 증가율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실적발표에서 밝힌 것처럼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50% 이상 줄인다는 기조를 유지한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이번 다운턴을 잘 극복함으로써 더욱 견고한 체질로 무장해 글로벌 초일류 기술기업으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