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대통령실과 갈등 불거지자 6일 공개일정 중단
자세 낮춰 "윤핵관·윤안연대 표현 안 쓰겠다" 약속

지난달 27일 오후 충남 천안 국민의힘 충남도당을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후 충남 천안 국민의힘 충남도당을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6일 공개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상황점검과 정국 구상을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경선 과정에서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의 표현을 썼다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대선 때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협력자였던 윤 대통령과 '불편한 사이'가 된 안 후보가 난관을 뚫고, 당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 후보 측 경선 캠프는 공지를 통해 이날 오전 라디오 생방송 출연 이후 예정됐던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배식 봉사와 KBS 1TV '사사건건' 대담 출연 등의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캠프 측은 상황점검과 정국 구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과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안 후보는 당내 윤핵관들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앞세워 선거에 개입하는 점을 비판하며, 윤 대통령과 자신의 연대설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지난 3일 유튜브 '펜앤드마이크'에 출연해 윤핵관을 향해 "그 사람들한테는 대통령의 어떤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중랑구갑 당원협의회 행사에서 “유난히 잘 맞는 연대, 윤안연대, 윤 대통령과 안철수의 연대”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안 후보의 발언에 대통령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 국회를 찾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윤안연대'는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 수행에 매진하는 대통령을 자신과 동률로 세우고 (선거) 캠페인에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안 후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한 걸음 물러섰다. 안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안연대에 대해 "나쁜 표현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쓰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정말 충실하게 존중하면서 실행에 옮기겠다는 그런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윤핵관'이란 표현을 쓴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어감들이 있어서 쓰지 않기로 했다"며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고 윤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실 줄도 사실은 몰랐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윤핵관' 표현에 담긴 부정적인 의미에 대해선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데 그런 걱정들이 많지 않느냐"면서 "지금 사실 대통령실에서 이렇게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정말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당 차원의 경고까지 받았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근거 없는 음모론 제기라든가 악의적 프레임의 언사는 자제돼야 마땅하다"며 "일부 후보는 간신배니 무슨 뭐 자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자꾸 들먹이면서 선거 분위기 자체를 너무 과열하고 혼탁하게 만들어가는데 스스로 자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경우든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을 당내 선거에 끌어들이는 그런 의도적인 시도는 지양돼야 마땅하다"며 "도가 지나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양천갑 당원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오른쪽)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양천갑 당원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오른쪽)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윤계 의원들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안 후보의 행보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 데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윤심'을 등에 업은 것으로 평가되는 김기현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CBS 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3~5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9명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층 384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에서도 안 후보가 36.9%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김 후보는 32.1%로 2위를 차지했다. 안 후보와 김 후보는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포인트. 응답률 3.0%) 내인 4.8%포인트차를 보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대통령실에서는 선거 개입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안 후보를 정면 겨냥한 것은 상대적으로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안철수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의 중도층이 소리 없이 떨어져 나가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물론 다가오는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왜 당무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큼 무리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친윤계와 대통령실로부터 '융단폭격' 수준의 비판을 맞은 만큼 안 의원의 지지율에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나뉜다. 친윤계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해 안 후보에 대한 표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이미지가 각인돼 전통적인 지지층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진흙탕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던만큼,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면서 "대통령실의 판단을 존중하며, 선거 전략을 수정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정책 정당을 만들어가겠다고 공약했었던만큼 흔들리지 않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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