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정부가 오는 7월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고가차량 중 법인차 비중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등록 통계 확인 결과 고가의 승용차일수록 법인차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자동차 데이터 연구소 카이즈유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국내에 정식 등록된 승용차는 2151만5423대, 이중 법인 명의로 등록된 승용차는 275만7467대다. 정상적인 경로로 등록, 운행되는 승용차 중 법인차 비중은 12.8%였다.
하지만 소위 ‘의전차’로 쓰이는 고가 세단이나 개인 유용이 의심되는 스포츠카의 경우 법인차 비중이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임원용 차’로 인기가 높은 제네시스 G80의 경우 국내에 28만2120대 운행 중이다. 이 중 법인차는 9만1373대(32.4%)로, 전체 평균의 두 배를 상회한다.
‘사장님 차’로 선호도 높은 제네시스 G90은 5만7113대 중 4만1144대(72.0%),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9만1483대 중 4만6652대(51.0%)가 법인차다. 개인보다 법인 명의의 차가 더 많다는 의미다.
2억원 이상 초고가 차량의 경우 주요 타깃층을 법인 판매로 봐도 무리가 없을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의 경우 5967대 중 4577대(76.7%), 벤틀리 플라잉 스퍼는 2002대 중 1199대(59.9%),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618대 중 482대(78.0%)가 법인차였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4216대, 50.7%), 메르세스-벤츠 G클래스(4142대, 70.6%) 등 고가 SUV도 법인차 비중이 높았다.
업무 관련성이 의심되는 스포츠카 역시 법인차가 ‘대세’였다. 포르쉐 911의 경우 법인 등록이 3531대로 비중이 50.5%에 달했다. 고가 스포츠카 브랜드로 유명한 페라리(1475대. 70.3%), 람보르기니(1371대, 80.7%), 맥라렌(313대, 79.2%) 역시 판매 대부분이 법인차였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31일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오는 7월부터 바탕색을 녹색계열(황색+청색)로 칠한 법인차 전용 번호판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적용 대상은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관용차와 민간 분야에서 법인이 구매하거나 리스한 승용차다.
‘법인차 번호판’ 도입은 법인차 제도를 악용한 탈세를 막기 위해 결정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규 등록된 고가 차량(취득가액 1억원 초과~4억원 이하) 중 법인 소유가 71.3%에 달했다. 4억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차량은 88.4%가 법인 명의였다. 법인차는 구매 및 이용 시 비용처리가 가능해 개인이 소유하는 것보다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