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지난해 7584억 적자…LG화학·금호석화 수익성도 ‘뚝’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업황 악화에 따라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도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9일 매출액 22조2761억원, 영업손실 7584억원의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2.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연간 적자는 2012년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 합병으로 롯데케미칼이 공식 출범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분기 실적을 봐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특히 4분기 영업손실은 3958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롯데케미칼의 부진 원인으로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제품가격·수요 감소, 원료가 상승 등 대외 불안정성 증가 등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보면 석유화학 제품 증설 물량 증가와 수요 둔화로 첨단소재를 제외한 기초소재, 자회사 롯데케미칼 타이탄, 미국법인 LC USA 등 대부분의 사업부가 적자를 냈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1조8649억원, 영업이익 2조99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1.8% 증가하며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4% 감소했다. 4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191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무려 74.5% 급감했다.
특히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 시황 악화에 따라 지난해 4분기 16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황 부진에 정기보수(TA)와 화물연대 파업 등 악재까지 더해져 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연간 실적에서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매출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여했음에도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조9756억원, 영업이익이 1조147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7%, 52.3%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4분기 합성수지 사업이 영업손실 5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합성고무 영업이익은 91억원으로 92.3%, 페놀 유도체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91.1%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도 롯데케미칼과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적자가 이어지고 금호석유화학 수익성 악화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유화학 산업 수익성을 좌우하는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달 20일 톤(t)당 29.62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3일 159.37달러로 반등한 상태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기초유분 에틸렌에서 원재료 나프타를 뺀 가격으로 보통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화학제품 수요 위축에 따라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못해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화학 업황은 누적된 증설 영향과 경기 둔화로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가동률 조정, 중국 방역 조치 완화 등을 고려하면 스프레드는 저점을 통과해 완만한 회복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