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DSR 규제 포함에 크게 증가…고금리에 이자부담 껑충
카드사 연체율 전년 대비 상승…우리카드, 1년 만에 0.55%p↑
5% 고물가에 상환여력 더 나빠질수도…리스크 지속 관리해야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카드사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잔액이 지난해 크게 늘면서 업계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 높은 금리로, 차주의 이자 부담이 1년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지적에서다.
1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카드사 9곳(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국민·농협)의 리볼빙 잔액은 7조3574억원, 현금서비스는 6조9671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에 비해 19.73%, 4.26% 증가한 수준으로 1년 만에 리볼빙은 약 1조2000억원, 현금서비스는 약 2845억원 불어났다.
리볼빙은 카드대금의 10~100%를 고객이 우선 지불하고, 나머지 대금은 다음 결제일로 이월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카드대금 50만원 중 이번에 결제해야하는 금액 비율(약정결제비율)을 20%로 선택하면, 이달 결제대금은 10만원이다. 남은 40만원은 다음 결제일로 이월되며 이때는 수수료가 붙는다. 과거 미국에서 주로 쓰였고 국내에서는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가, 최근 이용이 늘고 있다는게 업계 후문이다.
실제 지난해 리볼빙은 3월(1412억원 하락)을 제외하고 매달 증가했다. 특히 5~11월에는 매월 1000억원 이상 꾸준히 늘어났다. 동시에 현금지급기(ATM)에서 손쉽게 신청할 수 있는 현금서비스 잔액도 6조5000억원~7조원을 오르내리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리볼빙, 현금서비스는 정부가 지난해 카드론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면서 눈에 띄게 늘어났다. 카드론에서 대출이 막힌 저신용차주들이 리볼빙으로 카드대금 상환을 늦췄고,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에 몰려 급전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카드론 증가율(2.34%)이 리볼빙(18.16%), 현금서비스(5.37%)보다 낮다는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리볼빙, 현금서비스가 고금리라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리볼빙의 평균금리는 현재 13.21~18.35%, 현금서비스는 16.88~19.43%다. 금리만 20%에 달하기 때문에 차주가 부담해야 할 이자는 상대적으로 크다.
리볼빙의 경우 매월 100만원씩(일시불)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 A씨가 약정결제비율을 20%, 평균금리를 18.35%(최고 기준)로 각각 설정하면, A씨의 첫 달 결제액은 20만원이 된다.
다음 결제일에 갚아야 할 금액은 180만원(카드 사용액 100만원+이월금액 80만원)의 20%인 36만원에, 약 1만2000원(이월금액 80만원에 대한 수수료)를 더한 37만2000원이다. 그 다음달엔 244만원(카드 사용액 100만원+이월금액 144만원)의 20%인 48만8000원에, 약 2만1700원(이월금액 144만원에 대한 수수료)을 합한 50만9700원을 결제해야 한다.
3개월 사이 A씨가 결제해야 할 금액이 급격히 불어나버린 것이다. 게다가 리볼빙에는 △현금서비스 △카드론 △할부액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결제액이 더 커질수도 있다. 현금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만약 고객이 이자율이 19.43%(최고 기준)에 1000만원(최대 이용가능액)을 빌렸다면 약 15만9700원(이용일수 30일 기준)의 고이자가 발생한다.
차주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은 지난해 카드사 연체율에서도 드러난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 5곳(신한·국민·삼성·우리·하나) 중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의 연체율이 전년에 비해 상승한 것이다. 가장 크게 뛴 카드사는 우리카드로, 1년 만에 0.55%포인트 오르며 연체율 1.21%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신한카드(1.04%, 0.24%포인트↑) △국민카드(0.92%, 0.10%포인트↑) △하나카드(0.98%, 0.05%포인트↑)로 집계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리볼빙, 현금서비스가 지난해 14조원에 달하고, 5%대를 웃도는 고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차주의 상환여력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드사 연체율의 추가 상승, 부실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카드사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렸다고 밝혔다. 그중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은 2021년 4429억원에서 2022년 5607억원으로 늘렸으며 국민카드도 같은 기간 4044억원에서 4172억원으로 확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리볼빙, 현금서비스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현 경기침체로 차주의 상환여력이 떨어진게 가장 큰 원인이다"라며 "리볼빙, 현금서비스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만큼, 카드사들은 차주의 건전성·리스크 지표를 관리하는 등 연체율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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