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만건·4만건, 최대치 기록…"신용대출 연체율 급상승"
지난해 금리인상, 5%대 물가 여파…"대출차주 상환여력↓"
은행 등 금융기관 건전성 우려…"부실률 추가 상승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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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고금리 여파로 채무자의 개인회생, 채무조정이 늘면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시장에선 가계·금융기관의 '동반 부실'을 우려하고 있는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개인회생, 채무조정 절차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게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26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법원·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개인회생 접수 △채무조정 신청 규모는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법원을 통한 접수된 개인회생건수의 경우 올해 3월까지 총 3만18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428건)보다 47.8% 증가했다. 3월 한달만 1만1228건으로, 최근 8년내 가장 많은 사건이 접수됐다. 

법원의 개인회생은 소득은 있지만 과도한 채무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 채무자들을 구제하는 제도다. 소득이 없는 채무자가 대상인 '개인파산제도'와 구분되는데, 본인 소득으로 3년(최대 5년)간 일정 금액을 변제하고, 나머지 채무는 면책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신복위는 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이 증빙돼야 하며, 부담 채무가 △무담보채권 10억원 이하 △담보부채권 15억원 이하여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은 신복위와 법률구조기관을 거쳐 법원이 최종 이행한다. 

신복위에서 지원하고 있는 채무조정도 올해 최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1~3월 신청자는 총 4만6067명으로 나왔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3만2005건)에 비해 43.9% 많아진 수준이다. 채무조정은 △연체전 채무조정(신속채무조정) △이자율 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등으로 구분된다. 

개인회생, 채무조정 증가에 따라 가계대출 연체율도 급상승 중이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가계대출 연체율은 0.32%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기업대출 상승폭(0.05%포인트)보다는 소폭 낮지만 신용대출은 연체율은 한달 만에 0.09%포인트 뛰면서 0.64%로 조사됐다. 

연체율의 이러한 상승세는 고금리 탓이다. 한국은행이 작년에만 기준금리를 2.00%포인트 인상하는 사이,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차주는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만 했다. 또 5%가 넘는 물가가 올해 1월까지 9개월 연속 이어지면서 차주의 상환여력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연체율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채가 ○○은행, △△은행에 총 XXXX만원 있습니다", "작년에만 급여가 XXX만원 줄었습니다", "개인회생을 신청해야 하나요? 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하나요?"라는 식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은 이러한 세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시장에선 연체율이 앞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작년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상환유예 조치를 연장한게 관측의 가장 큰 이유다. 상환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연체율을 집계할 수 없다는 것인데, 유예가 끝나면 이른바 '부실폭탄'이 한 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체율의 상승은 곧 은행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되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고, 금감원의 연체율 통계에도 반영이 된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통상 연체율이 높아지면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대출 부실률이 높아진다"라며 "대출 부실률은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의 비율인데,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체율이 최근 3개월 연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은행의) 대출 부실률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치솟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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