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바이오센서, M&A로 해외 직판체제 구축 전략
씨젠, 비코로나19 제품 의존도 높이기…"변화 대응"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진단키트업계 양대산맥인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이 지난해 나란히 실적 감소세를 겪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사 모두 방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방향성에 있어서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나란히 실적 뚝…“올해는 더 힘들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4% 줄어든 1조257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9284억원으로 0.1%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4분기 4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상장 이후 첫 분기 적자다.
지난해 4분기 매출도 1938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56.3% 줄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코로나19 수요 감소로 매출 하락, 부실재고 폐기, 인수(M&A) 자문료 등 일회성 비용이 늘어나면서 영업손실을 본 것”이라며 “전분기 대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보유액 환평가 손실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씨젠의 실적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씨젠은 지난해 매출이 8534억원으로 전년보다 37.7%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59억원으로 70.6% 감소했다.
씨젠도 4분기 들어 실적 하락세가 더 커졌다. 씨젠의 4분기 매출은 70.1% 줄어든 1227억원을, 영업이익은 92.2% 줄어든 155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실적 감소세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더욱 완화하면서 코로나19 진단 관련 수요가 계속 줄고 있어서다.
문제는 올해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실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조330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실적 대비 반토막난 수준이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4714억원으로 전년보다 64.9%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씨젠의 실적 컨센서스는 집계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펜데믹으로 큰 돈을 벌은 만큼, 엔데믹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앞으로 특수한 상황이 오지 않으면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려워도 돌파구는 찾아야지”
이미 진단키트 수요 감소는 예정됐던 만큼, 이들 기업은 일찌감치 해법 마련에 나섰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찾은 돌파구는 M&A다. 지난달 말 2조원 규모의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르디언 바이오사이언스(메르디안)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리디언의 현지 생산, 유통망을 활용해 신제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을 보다 빠르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현재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검사시간을 50% 줄인 '스탠다드 M10 FAST RT-PCR’, 당뇨병 관련 데이터를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올인원 CGMS’ 등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메리디언 인수를 통해 원재료 개발부터 생산까지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미국 현지에 자동화 시설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기업 인수를 통해 직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달 20일 파나마 소재 체외진단 유통사 ‘미래로’를 약 114억원에 인수했다. 2021년 11월에는 브라질 유통사 에코 디아그노스티카를 사들였다. 북미-중미-남미에 각각의 직판 체제를 확보한 셈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앞으로도 직판 체제를 추가로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체외진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씨젠은 비코로나19 제품의 의존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호흡기질환(RV), 소화기감염증(GI),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증(STI) 등 비코로나 진단시약의 매출은 5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4분기 시약 매출 중 비코로나 제품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으로 비코로나 매출이 코로나 매출을 넘어섰다.
씨젠은 이와 함께 병원체를 한꺼번에 검사해 원인을 찾는 검사법인 신드로믹 분자진단 제품 판매를 더욱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완전 자동화 분자진단 시스템 AIOSTM를 기반으로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씨젠 관계자는 “신드로믹 분자진단 파이프라인과 이를 적용한 완전 자동화 분자진단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며 글로벌 표준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