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 하락세…주요국 '긴축 기조'에 위험자산↓
NFT 등 신사업 내놨지만 대외환경 열악…"거래량 88% 줄어"
"법인·기관 허용" 규제 개선 거의…"장려하되, 우리와 맞아야"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기업 고객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의 정체로 개인의 투자심리가 굳어 있고, 대체 불가능 토큰(NFT, Non-Fungible Token)도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새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기업 고객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체된 시장의 타개책으로 우선적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코인마켓캡을 보면 비트코인은 현재 2만400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1년 전 3만9000달러대보다 1만5000달러 이상 낮아진 수준이다. 이 기간 시가총액도 36% 가량 줄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제 힘을 못 쓰는 이유는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긴축기조를 유지한 탓이다. 이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얼어 붙었고 크고 작은 규제가 더해지면서 부진을 못 벗어난 것이다.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가격 하락, 거래량 위축은 곧 거래소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는 작년 3분기까지 3327억원의 순이익(연결기준)을 냈다. 전년도 3분기 2조541억원보다 무려 83.8% 쪼그라든 수준이다.
빗썸도 같은 기간 5652억원(개별기준)에서 401억원으로 93%나 급감했다. 연간 실적이 현재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부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몇몇 거래소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NFT 등 새 사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NFT도 거래량이 줄면서 현재 시장은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가상자산 플랫폼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NFT 거래량은 총 6억1682만달러(약 8014억원)다.
전달(4억1899만달러, 약 5428억원)보다 올랐지만 작년 1월 50억3300만달러(약 6조5202억원)보다 88% 쪼그라들었다. 국내 시장이 입은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투자의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법인, 외인, 금융사 투자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이후 막혀 있다.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중단하면서다.
임직원 명의를 통해 우회적으로 거래하더라도 기업에 비해 자산 영역·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거래소들은 이를 이상거래로 판단, 자금의 흐름·출처를 금융당국에 상세히 보고하게 돼 있다.
업계에선 이 규제가 국내 시장의 추가 성장을 막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약 23조원(2022년 상반기 기준)이다. 전년말(55조2000억원)에 비해 58%나 쪼그라들었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개인만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달 3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서도 법인, 외인, 금융사의 참여를 허용해달라는 건의가 나오기도 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 회원 자격으로 참석해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기관, 법인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기관, 법인이 시장에 진출한다면 시장 가격의 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도 차 대표와 동일한 의견을 냈다. 그는 "국내 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이에 따라 투자경험이 많은 해외 기관·투자자, 국내 전통 금융기관의 진입 의지는 높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변호사도 이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윤창현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가상자산 규율에 대한 글로벌 입법 동향과 정책과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기관이 가상자산 투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도록 개선하는게 맞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미국의 사례 그대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또 다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와 미국의 법 체계가 달라서다. 그러면서 "기관투자를 장려하는 것과 맞물려 우리의 현재 상황에 맞게 법제가 개선돼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