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한화그룹이 ‘종합 조선 기업’으로 도약한다. 선박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선박엔진을 만드는 HSD엔진 인수에도 나섰다. 선박 관련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조선업계에 존재감을 넓히려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3세 경영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의 HSD엔진 인수 주체는 한화임팩트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4000억 원을 쓴 기업이다. 이번 HSD엔진 인수에는 2269억 원을 투입한다.

HSD엔진은 중대형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회사다.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 STX중공업 등과 함께 글로벌 3대 선박용 엔진 사업자로 평가된다. 앞서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던 STX중공업 인수전은 HSD엔진을 선택하면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선박은 엔진이 먼저 완성되지 않으면 건조를 시작할 수 없다. 조선사가 자체 엔진 생산력‧기술력을 갖고 있으면 시급한 건조 일정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HSD엔진을 품어 수직계열화를 이뤄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다.

한화는 HSD엔진과 대우조선해양이 한 지붕 아래서 낼 사업 시너지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HSD엔진의 최대 고객사다. HSD엔진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의 25%에 달하는 1347억원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벌어들였다. 지난해 8월 HSD엔진과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함께 차세대 친환경 선박엔진 공동 개발 MOU를 맺기도 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이 주력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을 건조하기에 대형 엔진 전문기업인 HSD엔진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 엔진 제작에 특화됐다.

한화 측은 한화임팩트 산하 가스터빈 개조 회사인 PSM의 기술과 HSD엔진의 엔진 제조 역량을 결합해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용 공기·가스 압축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한화파워시스템과 HSD엔진의 발전기 생산력이 합해지면 발전 설비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관계자는 “HSD엔진의 제조 기술력을 대우조선해양과 결합해 친환경 엔진 선박 제조 등 고부가 가치 사업을 강화하고 여러 계열사들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과 핵심 역량 확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의 이번 조선업 경쟁력 강화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에서 방산 사업 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 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그룹의 방산 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가 바로 김 부회장이다. 상선‧군함·잠수함 등의 건조 능력을 갖춘 대우조선해양과 엔진 제조회사 HSD엔진을 품으면 김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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