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왼쪽)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김동관(왼쪽)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3세 경영 대표주자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그룹 사장 간 선박엔진 경쟁의 서막이 열린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대형 선박 엔진 제조사인 HSD엔진을 품었고, HD현대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중소형 선박 엔진 제조사인 STX중공업을 인수하기 위한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이 같은 행보는 양사 모두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조선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한화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둔 상황에서 엔진 제작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HSD엔진 인수를 택했다. HD현대 역시 엔진 자급화에 힘을 주는 상황이다.

양사의 조선업 방향을 정립하는 주역들은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이다. 두 사람은 조선업계 새 판 짜기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이들이 노리는 가치는 ‘시너지’로 풀이된다.

한화는 선박 건조가 가능한 대우조선해양과 엔진 제작 역량을 갖춘 HSD엔진을 한 지붕 아래에 두면서 중장기적인 시너지 확보가 가능해졌다. 기존에 엔진사업을 영위하는 유일한 조선사였던 HD현대는 STX중공업까지 품으면 중대형 엔진 시장을 넘어 중소형 엔진 시장까지 지배력을 넓혀 친환경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에 참석해 "바다를 활용하는 방식을 대전환(오션 트랜스포메이션) 하겠다"며 조선업 투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김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이름을 신사업과 글로벌의 의미를 담은 ’한화오션‘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영역 확대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각국의 해양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두 사람은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을 필두로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소 선박 관련 특허를 보유(182건)했다. 한국조선해양은 113건으로 3위에 랭크돼 있다.

한화와 HD현대의 경쟁이 조선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주 산업인 조선업계는 저가‧출혈 경쟁에 고질적으로 시달려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에다 재계순위 7위인 한화가 조선업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 저가수주 관행이 사라져 업계 전반적으로 흑자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