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연일 ‘부결’을 호소하는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깡패”라고 공세 수위를 높인 한편, 23일엔 기자간담회를 열고 60분이 넘는 시간동안 검찰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피력했다.

 

이재명, 기자간담회서 40분 넘게 홀로 모두발언…부당함 ‘호소’
“무혐의 사건이 대선 뒤 구속할 중대 사건으로 바뀌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두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관련 검찰 구속영장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후 약 20분 동안 이어진 기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이른바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비롯한 당 안팎의 우려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사건은 ‘검찰리스크’”라며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대장동 개발, 그리고 성남FC 관련 사건들은 이미 10년 전, 5년 전, 7년 전에 벌어진 일들로 사건의 내용은 바뀐 것이 없다”며 “바뀐 것이 있다면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를 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고 검사들이 바뀌었다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혐의 됐던 사건이 대선이 끝나고 수사진‧검사가 바뀌고 검사 수사 인력이 늘어나더니 갑자기 구속 사안으로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는 폭력의 시대"라며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발언으로 채운 기자간담회를 1시간 넘게 이어간 것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그만큼 부당하다는 것을 강하게 피력해 체포동의안의 부결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권력 가지고 장난하면 ‘깡패’”…尹 향해 강도 높게 비판
“당대표로서 의원들에 마음의 빚”…호소하며 표 단속 나서기도

이 대표는 전날에도 검찰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함에 대해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나”라며 “폭력배가 폭행을 저지르면서 ‘왜 방어를 하느냐. 가만히 맞아라’라고 하는 것, 이게 깡패의 인식이라고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21일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당대표로서 의원들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고 호소하며 표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지난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지난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명계도 ‘부결’ 주장…'전원 부결’일지는 뚜껑 열어 봐야

민주당 내부에선 체포동의안 부결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에 따르면, 민주당은 의총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로 총의를 모았다. 비명계(비이명계)인 설훈 민주당 의원도 의총에서 부결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전원 부결로 결론이 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부결’로 총의가 모였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민주당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 즉 가결을 원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외부에 ‘단일대오’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총에서 가결 목소리가 나왔다 하더라도 ‘부결로 총의를 모았다’는 식으로 지도부가 말을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이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에 부결 시키되 이 대표에 결단(사퇴)을 요구하자는 그룹이 있다”며 "당당하게 표결하지 말고 먼저 (영장실질심사에) 나가시라, 이런 그룹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공천권 포기를 결단해 달라는 주장이 나온다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이나 정치세계에는 생각이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며 말을 아꼈다. “생각은 머리로 한다”는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