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시공사 선정 사업지 대다수 건설사와 ‘수의계약’
낮은 사업성에 시공권 포기 건설사도 등장…옥석가리기 심화

경기 군포시 설악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네이버부동산 캡처
경기 군포시 설악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네이버부동산 캡처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고금리에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분양시장 침체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대다수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사업지에서 건설사가 경쟁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권을 획득하는 ‘무혈입성(無血入城)’이 줄을 잇고, 수주가 유력한 사업장도 사업성을 이유로 건설사가 발을 빼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시공사 선정을 완료한 정비사업지 대부분은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경쟁 입찰이 무산되거나 단독 응찰 등으로 2회 이상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면 조합은 총회 의결을 통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7일 서울 방배신동아 재건축조합과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냈다. 이 사업지는 서울 강남권 알짜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며 지난해 열린 1차 시공사 현장설명회 당시 15개 건설사가 참여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최종 시공사 입찰에 포스코건설만 단독으로 응찰하면서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날 현대건설과 DL이앤씨도 경쟁 없이 각각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 서울 강북5구역 공공재개발사업 시공권을 획득하며 무혈입성에 성공했다.

GS건설도 지난달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이 개최한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토지등소유자 찬반 투표를 거쳐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달 들어서도 정비사업 ‘건설사 무혈입성’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삼성물산은 지난주 각각 서울 신당8구역 재개발사업과 가락상아2차 리모델링사업 시공권을 타 건설사와 경쟁 없이 품었다.

수주가 유력한 정비사업 시공권을 건설사가 스스로 포기한 사례도 있다.

군포 설악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최근 쌍용건설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1151-9번지 일대에 위치한 군포 설악아파트(설악주공8단지)는 1996년에 준공한 1기신도시 아파트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합은 지난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두 차례 진행된 시공사 입찰에는 쌍용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최근 시공사 선정 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쌍용건설이 조합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성동구 응봉동 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 전에 항상 내부 심의를 거치고 있다”면서 “심의 결과 내부 기준에 미달되고 회사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해당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사업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원자재가격이 치솟아 공사비를 올려야 하지만 미분양 부담으로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공사에 공사비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때문에 무리한 사업 수주보다는 철저한 사업성 분석으로 선별적 수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