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 56차례 정기·임시 이사회…"128건 의안 모두 통과"
신한·우리 반대 2건에도 가결…1억 연봉·건강검진 도마 위
"상정 전 충분한 논의 거쳐…크게 반대할 게 없다는 의견도"

(사진 좌측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진=각 은행 제공
(사진 좌측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진=각 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KB·우리·하나)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거수기 논란'에 다시 휩싸였다.

작년 한해 금융지주 4곳에서 상정된 의안이 부결없이 전부 통과돼서다. 사외이사들의 반대 의견이 단 2건에 그치면서 경영권을 견제하고 주주이익을 대변한다는 이사회의 목적이 무색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표가 최근 찬성으로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남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는 총 56차례 정기·임시 이사회를 가졌다. KB금융이 18차례 이사회를 열었고 △신한금융 15차례 △우리금융 14차례 △하나금융 9차례 개최했다. 눈여겨볼 곳은 금융지주들이 표결로 부친 의안 총 128건이 모두 통과했다는 점이다. 

신한·우리금융에서 나온 의안 2건 중에선 각각 반대 의견이 나왔으나, 찬성이 우세해 결국 가결됐다. 반대가 나온 의견은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의 건(신한금융) △벤처캐피탈사 인수의향서 제출안(우리금융) 등이었다.  

이사회의 권한·역할을 이행해 내린 결과지만, '찬성률 100%'를 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영 의사결정을 하고 견제·감시 기능을 수행해야하는 본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못했다는 지적에서다.

덩달아 '고연봉'이라는 점도 거수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금감원 공시를 살펴보면 KB금융 사외이사 1인당 평균 지급액은 8200만원으로 파악됐다. 이어 △신한금융 8000만원 △하나금융 8140만원 △우리금융 6500만원 순이었다. 

이들 모두 작년 상반기 각 은행 계열사 평균 급여액(남자 직원 기준)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일부 이사들은 연 보수가 1억원이 넘었고, 건강검진 등 혜택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선 '사외이사 무용론'까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신규 후보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듯 하다. 올해 KB금융은 새 사외이사 후보에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감사를 내세웠다.

또한 우리금융은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후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각 지주들은 이 후보들이 오랜 시간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학계에 몸담고 있는 인물이 대부분이고 기존 사외이사들도 70% 이상 연임할 예정이라, 업계에선 뚜렷한 변화는 없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사회 소통방식 때문에 거수기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의안이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상정된 터라, 크게 반대할 게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해 횡령 등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소통방식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한 관계자는 "주로 관료, 법조계, 학계에서 사외이사들을 영입해오기 때문에 전문성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없다"라며 "그러나 수년 간 의사결정을 수동적으로 해왔던건 사실이고, 이 과정에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불만도 새어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총을 앞두고 제기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4대 금융지주는 오는 23일 신한을 시작으로 24일 KB, 우리, 하나가 주주총회를 각각 개최한다. 각 지주 이사회는 사외이사 선임 건 이외에도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선임 건 승인을 각각 앞두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