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캐롯 점퍼스 '가입비 미납·임금 체불'로 프로농구 역사 오점
10억 낼돈 없어 6강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한 첫 5위 팀 수모 우려
데이원자산운용 지난해 말부터 농구단 매각 나서고 있지만 난항

25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캐롯 점퍼스' 창단식에서 허재 대표와 김승기 감독 등 코치진,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25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캐롯 점퍼스' 창단식에서 허재 대표와 김승기 감독 등 코치진,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캐롯손해보험이 한국 프로농구 역사의 오점으로 남게됐다. 지난해 데이원자산운용은 데이원스포츠를 설립하고, 고양 오리온을 인수했다. 데이원스포츠는 캐롯손보로부터 네이밍 스폰서를 받아 고양 캐롯 점퍼스를 출범시켰다.

출범과 동시에 고양 캐롯의 자금난은 시작됐고, 무자본 구단운영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캐롯은 네이밍 스폰서 계약과 팀 핵심선수를 팔아 마련한 18억원으로 구단을 운영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선수단 급여 체불이 반복됐고, KBL 가입금 잔여분인 10억원도 미납 중이다. 오는 31일까지 가입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캐롯은 프로농구 역사상 6강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한 첫 5위 팀으로 남게 된다.

데이원스포츠는 첫 시즌도 마치지 못하고 캐롯 매각에 나섰고, 모회사인 데이원자산운용은 JW자산운용으로 사명을 교체했지만, 경영권은 여전히 김용빈 회장의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쥐고 있다. 데이원자산운용이 사라진 만큼 캐롯이 매각 되는대로 데이원스포츠와 허재 대표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실한 구단에 네이밍 스폰서로 나섰던 캐롯손보의 이름만 굴욕을 당하게 됐다.

15일 고양 캐롯은 전주 KCC와 홈경기에서 승리하면 6강 플레이오프를 확정할 수 있다.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캐롯은 26승 22패로 5위를 달리고 있어, 7위 수원 KT에 6경기차로 앞서있다. 남은 6경기 중 1승만 보태면 6강 PO에 오른다.

그러나 캐롯이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가입금 잔여분인 10억원을 오는 31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만약 캐롯이 10억원을 납부하지 못하면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이 상실되고, 대신 7위가 PO에 합류한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회사인 데이원자산운용이 데이원스포츠를 설립하고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캐롯을 출범했다. 데이원은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을 대표이사로, 김승기 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을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캐롯은 출범과 동시에 자금난에 시달렸다. 일각에서는 무자본으로 구단이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데이원은 캐롯손보를 네이밍 스폰서로 계약하고, 팀의 핵심인 이승현(30), 이대성(32)을 내보내고 대신 18억원을 받아 구단 운영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캐롯은 약속했던 KBL 가입비도 납입하지 못했고, 올해 들어서는 선수단 임금도 매달 지연되고 있다. 결국 데이원스포츠는 출범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캐롯 매각에 나섰다.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농구단 지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데이원스포츠 관계자는 “데이원 측에서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연말부터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자금이 풍부한 기업에서 인수를 희망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면을 구긴건 네이밍 스폰서인 캐롯손보다. 캐롯손보는 한화손해보험,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스틱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가 합작해 만든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회사다.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5월 출범해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482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캐롯손보도 프로구단을 네이밍 스폰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적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캐롯손보와 데이원스포츠의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4년 계약을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캐롯손보는 네이밍 스폰서 1년만에 ‘가입비 미납’ ‘임금 체불’ 등의 오명만 남기고 국내 프로농구 무대에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달 말까지 가입금 잔여분을 납입하지 못하면 캐롯은 프로농구 역사상 6강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한 첫 5위 팀으로 남게 된다.

이미 데이원스포츠를 설립한 데이원자산운용은 사명을 JW자산운용으로 바꿨다. 다만, 데이원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아직까지 기존에 갖고 있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향후 데이원자산운용의 사업이 정상화되고 기업가치가 제고된 이후 보유지분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원자산운용이 사라진 만큼 캐롯이 매각 되는대로 데이원스포츠와 허재 대표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최근 부도처리됐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은 ‘김 회장→한국홀딩스→한국이노베이션→한국테크놀로지→대우조선해양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고, 2021년 데이원자산운용을 인수하고, 지난해 데이원스포츠까지 설립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건설까지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자본 기업 인수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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