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했다. SVB가 지난 5년간 급성장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최근 금융시장을 뒤흔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국의 금융 전문가와 의회, 전직 당국자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을 고객으로 삼아 급속도로 성장한 SVB가 최소 수개월 전부터 위기 조짐을 보였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더 일찍 개입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SVB의 회계장부를 세심히 들여다봤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이뤄진 규제 완화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9∼2017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로 활동한 대니얼 터룰로 하버드법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자금 조달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은행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한 은행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은 관리당국의 실패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전날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SVB와 시그니처은행 사태와 관련한 규제당국의 역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SVB의 감독과 규제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해 5월 1일까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캘리포니아주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연준의 책임이 큰 상황에서 독립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VB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인가를 받았고 연준 시스템에 속해 있어 캘리포니아주와 연방 당국 양쪽의 감독 대상이다.
이는 규제당국이 얼마든지 SVB의 재정 상태를 평가하고 은행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도록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WP는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SVB는 최후의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여겨지는 연준 재할인창구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빌린 은행이었지만 이런 징후에도 연준은 개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의회가 2018년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는 은행의 자산 규모 기준을 500억달러 이상에서 2500억달러 이상으로 완화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시 SVB의 자산 규모는 2017년 말 512억달러로,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더 엄격한 감독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