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6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기한 도래
지자체들 “집값 안정화 추세‧주민 사유재산권 침해”
규제 완화 시 투기수요 자극 우려도…서울시 ‘신중모드’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묶여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 달라는 서울 지자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격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과도한 규제로 인해 주민들의 사유재산권 행사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이 다음달 26일 도래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으면 일정기간 동안 자기거주‧자기경영 등 허가받은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며,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 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고 2년 간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일명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토지거래허가제는 재건축 사업 등에 대한 투기 수요를 차단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작용해왔다.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강남구, 양천구 등은 서울시에 ‘연장 반대’ 의견을 제출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는 21일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서울시에 건의했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가격이 완만한 안정세를 보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서울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에 걸쳐 위치해 있으며, 1~14단지로 구성돼 있다. 2021년 4월27일부터 올해 4월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다.
올 초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면서 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월 3·5‧7·10·12·14단지가 재건축 판정을 받았으며, 이번에 1·2·4·8·13단지까지 포함하면 총 12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구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중개업소 모니터링과 부동산 거래관리 시스템 분석 결과, 목동신시가지아파트의 부동산 거래량은 허가구역 지정 전의 12% 수준으로 줄었다. 거래가격은 최대 6억6000만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 관계자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의 부동산가격이 완만한 안정세를 보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과도한 규제로 작용해 주민의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강남구도 압구정 아파트 지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 달라는 의견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집값 하락과 거래량 축소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 강남구청 측 설명이다.
압구정동 일대 114만9476㎡에 속한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지난 2021년 4월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한차례 연장 지정됐고 오는 4월 26일 만료 예정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압구정동 부동산 거래량과 거래가격이 급감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실효성이 없고, 불가피하게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 주민들은 사유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이 각종 개발 이슈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규제를 풀었다간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이달 초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관련 ‘허가구역 지정 만료 시점에 재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후 달라진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