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출범 유력 속 구체적 시행방안 마련은 지지부진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핀테크들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추진 중인 금융위원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 상반기 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다.
금융위는 보험사, 빅테크, 보험설계사(GA) 등 각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의 현재 의견 수렴은 각 업권 요구의 중간지점에서 합의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장기적이고 건전한 운영을 위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규제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영업인 노동조합 연대(보노련)는 지난 21일 서울 정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핀테크 업체의 자동차보험 판매 허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노련은 빅테크 기업이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이 보험료 인상과 산업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빅테크들이 플랫폼의 영향력을 이용해 수수료 상향 등을 결정하면 결국 소비자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보노련 관계자는 “핀테크업체가 카카오모빌리티처럼 독과점을 통한 불공정시장이 형성되면 보험료는 오르고 보험영업인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실직하게 될 것이다”라며 “결국 보험영업의 생태계와 보험산업의 생태계는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 23일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핀테크들의 예금·보험·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빅테크의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는 ‘휴업’ 상태다. 금소법 위반 소지를 해소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핀테크 업계는 지난해 9월 이후 자체 금융상품 추천·비교 서비스에서 보험상품을 모두 내린 상황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빅테크 업계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규정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중개를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보험업법 시행령상 플랫폼 업체들은 보험상품의 중개업자 등록이 불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당초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개월여 동안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범운영한 후 11월 말 제도화 할 예정이었지만 규제 허용의 범위 등 활성화 방안의 세부 내용이 결정되지 않은데다, 보험대리점과 보험사들의 거센 반발에 일정이 연기됐다.
금융위만 허락하면 바로 시행될 수 있을 것 같았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6개월 넘게 공회전 중이다. 비교·추천 상품 범위, 빅테크 지급 수수료율 등 놓고 보험사, 빅테크, GA업계 사이의 의견 차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각 업권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우선 실손의료보험 및 자동차보험 등을 포함한 온라인 전용상품만 비교·추천 서비스에 포함됐고, 대면·TM채널 상품은 비교·추천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에 지급되는 수수료율은 4~5%가 유력하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2~3%를 주장했고, 빅테크업계는 10% 이상을 요구해 왔다. 다만, 최근 10% 이하로 조정할 의사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결국 양측의 중간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범운영한 후 11월말 제도화 하려던 금융위의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 현재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속도도 면밀한 검토 보다는 각 업계 간의 입장의 중간지점에서 합의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금융위는 늦어도 올 상반기에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무리하게 서두르는 이유는 지난달 3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 상반기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을 위해 업계와 조율해 합의점을 찾고 있다”며 “하지만 이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더 세부적인 규정들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