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중인 회사에 과도한 이자 지원 없어 vs 금융권 상황 고려해 지원 나서야"

KDB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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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은 KDB생명이 위기를 맞았다. 오는 5월로 예정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은 자본건전성 유지를 위해 콜옵션 상환과 동시에 차환하는데, 자본잠식까지 우려되고 있는 KDB생명이 이번에 신종자본증권을 차환할 시 이자가 2배 이상 늘어나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KDB생명이 정상적으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상환, 차환하려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도움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이 5번째 매각 시도 중인 KDB생명에 과도한 이자비용까지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안정한 금융권 상황과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라도 산업은행이 KDB생명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오는 5월 약 21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갚아야 할 빚이지만 만기가 길고 차환을 조건으로 발행되기에 보험업법상 자본으로 인정돼 그동안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활용됐다.

신종자본증권은 보통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해당 증권의 실질적인 만기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KDB생명은 다가오는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상환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상환하고 다시 차환을 발행하지만, KDB생명은 차환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를 지급할 여력이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DB생명의 자산은 20조5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했다. 보험사의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총합으로 구성되는데, KDB생명의 자산 증가는 부채가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부채는 19조9843억원으로 2% 증가했다.

문제는 자본잠식이다. 이 기간 KDB생명의 자본은 6078억원으로 전년 동기 8918억원 대비 31.9%나 줄었다. 특히, KDB생명은 자본금 4743억원과 신종자본증권이 2129억원이 3분기 자본규모를 넘어서 신종자본증권 상환시 자본잠식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이익잉여금은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지만 521억원에 불과하고, 채권이익 비중이 큰 기타포괄이익은 414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현금성 자산은 1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1509억원 대비 4.4% 감소했고, 같은 기간 당기손익에 인식되는 금융자산은 6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240억원 대비 49.3%나 급감했다. 한편, 채권자산은 15조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다.

결국, KDB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상환과 차환 이자의 키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쥐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산업은행이 지원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5번째 시도하고 있다. 또 이번에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금리는 7.5%였다. 하지만 발행 당시 1.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3.5%까지 뛰었다. 이 때문에 차환할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매각할 회사에 과도한 이자를 지출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상황과 금융당국에 압박 등을 고려해 산업은행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올션 사태가 시장에 파장을 끼치면서 결국 대주주인 태광그룹이 나섰다. 산업은행도 결국 어쩔 수 없이 KDB생명 신종자본증권 상환 및 차환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은 콜옵션 상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결국 산업은행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산업은행은 현재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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