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억류자 가족 만남 등 최근 단독 행보 잇따라
"영부인 감 잡고 있는 듯…尹 국정운영 보완할 것"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공개 행보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소외계층을 위한 행보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조용한 내조’ 방침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 등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날 파주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찾아 납북자·억류자 가족들과 만나 위로했다. 영부인이 납북자·억류자 가족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우리 국민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며 “수십 년 동안 한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지난 11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이 모금회는 고(故) 이희호 여사를 시작으로 대통령 영부인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해왔다. 영부인으로서 제5대 명예회장에 오른 김 여사는 “우리나라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면서 “저도 우리 사회 곳곳에 사랑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자유연대,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오찬을 갖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동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며 윤석열 정부 임기 내 개 식용을 종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개 식용 금지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건 공약이다. 국정과제에도 ‘사람과 동물이 모두 함께 행복한 건전한 반려 문화 조성’이 담겼다.
납북자·억류자 가족 만남과 명예회장 추대식,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만남은 윤 대통령 없이 김 여사 홀로 수행한 일정이다. 전문가들은 김 여사가 영부인으로서 제 역할을 찾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허위 경력 논란’ 등이 불거지자 기자회견을 통해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여사의 행보가 사회의 그늘진 곳에 집중된 것을 보면 영부인으로서의 감을 잡고 있는 것 같다”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 국정운영에 대한 보완적인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조용한 내조’에 대한 야권의 비판이나 구설에 오르는 것을 고려해 신중하게 활동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윤 대통령이 지지율에 큰 도움이 되진 않아도 보완 효과는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여사가 행보가 언론에 부각될수록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김 여사의 행보에 여론이 과도하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여러 논란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만큼, 지나치게 주목받는 행보를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