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부터 항체 플랫폼까지..지분투자‧M&A 잇달아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차세대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부터 다중 표적 항체 플랫폼까지 확보하려는 기술도 다양하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이달 스위스 바이오 기업인 아라리스 바이오텍(이하 아라리스)에 투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2021년 7월 바이오 분야의 신사업 기회를 발굴을 목표로 1500억원 규모로 해당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이번 투자는 아라리스의 시리즈 A 투자 진행에 앞서 진행된 것으로, 삼성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단독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금은 계약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투자로 확보하려는 기술은 ADC다. ADC는 항체에 암세포를 사멸하는 약물을 결합해 다른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표적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원하는 부위를 정밀 타격해 ‘유도탄 신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라리스는 ADC 의약품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링커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 기업의 링커 플랫폼은 항체를 재설계할 필요 없이 기성품 항체에 약물을 부착할 수 있어, 매우 균질하고 안정적이며 치료 효과가 높은 ADC를 생성한다. 또한 부착되는 약물의 개수와 종류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같은 아라리스의 링커 기술은, 기존 기술 대비 확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약물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 펀드가 투자한 금액은 아라리스의 ADC 후보물질 추가개발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라리스와 ADC 치료제의 생산 및 개발 분야에서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5일 약 300억원을 투자해 프로젠의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젠은 다중 표적 항체 기반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당뇨병 동반 비만 치료제 ‘PG-12’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중이다.
유한양행은 이번 투자계약으로 프로젠의 38.9% 지분을 보유,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인수절차는 기업결합신고 절차를 거쳐 늦어도 내달 초께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이번 인수로 다중 타깃 항체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신약후보물질 개발을 프로젠과 함께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또,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프로젠과 함께 구축해 나간다는 목표다.
코오롱제약도 지난달 29일 플랫바이오와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플랫바이오 주식 1주당 코오롱제약 주식 2.38주로 산정해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진행한다.
합병은 오는 6월 1일 완료된다.
플랫바이오는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다. 60여개의 췌장암, 난소암의 특이 표적을 발굴해 이를 기반으로 항암제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췌장암, 난소암, 골수백혈병을 비롯해 다양한 암종 분야에서 2025년까지 라이선스 아웃을 목표로 파이프라인을 개발중이다.
코오롱제약은 이번 합병으로 항암신약 개발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제약 관계자는 “양사의 전문 사업역량을 시너지 삼아 중장기 성장 계획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추진을 시작으로 국내를 포함해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기술이전사업 및 전임상사업,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공동연구사업 확대 등 국내에 치중됐던 사업영역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에는 LG화학이 미국 항암 신약개발 기업 아베오 테라퓨틱스를 5억 7100만 달러(약 7000억원)에 인수했다.
아베오는 2021년 신장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포티브다’로,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한 기업이다. 신약 출시 2년째인 지난해 13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아베오는 현재 포티브다의 사용 범위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임상을 진행 중이며, 두경부암 치료제 등 후속 항암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아베오 인수로 항암 분야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해나간다는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LG화학에서 개발하는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을 아베오로 이관해 항암신약 미국 현지 상업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바이오사업 R&D에 총 2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항암, 대사질환 분야에서 4개 이상의 글로벌 신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약개발을 하려는 제약사들이 늘어나면서 타기업 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일례로 셀트리온은 연내 M&A를 예고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주도로 연말께 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M&A에 사용될 수 있는 자금은 사재, 현금성 자산 등을 포함해 4~5조원 규모다.
서 회장은 지난달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회사들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을 때 잉여현금을 가지고 대규모 M&A 시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준비를 해왔다”며 “현금성자산, 채권, 개인 주식 스와핑 등 방식을 통해 M&A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