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10구역, 사랑제일교회 빼고 재개발사업 추진
숭인동 1169번지 공공재개발, 교회 보상금 놓고 주민 내홍
정비업계 “현행 규정, 법적구속력 없어…명확한 기준 마련돼야”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재개발구역에서 교회 등 종교부지 보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0일 대의원회를 열고 사랑제일교회를 빼고 재개발을 진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은 다음달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사랑제일교회 제척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장위10구역은 구역 내 교회를 제외한 다른 시설물은 모두 철거된 상태다. 구역 내 사랑제일교회가 철거에 반대하면서 사업이 지연돼 왔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총회를 열어 교회 측에 보상금 500억원과 대초 부지 735평을 주기로 합의하고 교회와 이주를 합의했다.
당초 장위10구역 조합은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의 감정평가에 따라 약 82억원과 종교 부지 보상금을 지급하려 했다. 다만 사랑제일교회 측은 563억원을 요구했고, 조합은 명도 소송을 제기해 모두 승소했음에도 사랑제일교회 측에 대한 강제집행은 실패했다.
조합은 사랑제일교회 구역을 빼고 재개발을 추진하려 했으나,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등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총회에서 보상금 500억원(공탁금 85억원 포함)과 대토부지 735평을 교회에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후 교회 측이 더 많은 대토 부지를 요구했고 수용이 어렵다면 전용84㎡ 아파트 2채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더 이상 협상이 어렵다고 보고, 교회를 제척하고 재개발을 진행하는 안건을 이날 대의원회에서 가결한 것이다.
조합은 다음달 10일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사랑제일교회 제척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교회 제척시 정비구역을 재지정하려면 인허가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해 적어도 사업기간이 1년 반에서 2년 가량 더 지연될 것으로 정비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1169번지 일대 공공재개발구역도 사업부지 내 위치한 교회의 보상금 지급 문제로 주민 간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임의단체인 주민봉사단이 구역 내 동대문제일교회에 향후 철거 및 이주에 대한 보상금으로 134억원을 지급한다고 합의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공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토지 소유주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교회는 동의서가 한 장이지만 이 교회를 다니는 토지 소유주는 6명으로, 당시 주민봉사단 측은 “이들 소유주들이 교회와 우선 협상을 해야 동의서를 작성한다고 해 교회와 우선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재개발조합과 교회 사이에 보상을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정비업계는 교회 등 종교시설 보상에 관한 구체적인 법적 장치가 미비한 것을 꼽았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교회 등 종교시설 보상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9년 ‘종교시설 처리에 관한 지침’을 마련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정비업계는 조합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교회에도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명확한 보상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조합과 교회의 분쟁이 심화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이라며, “특히 조합원이 이주한 후에 교회가 이주를 거부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금융비용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그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현재 종교시설 건축비용 등 보상금액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교회가 무리한 보상을 요구할 경우 사업지연 부담 등으로 결국 조합이 백기를 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종교시설이 조합에 과도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한 보상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