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법인 조사결과 IT업체는 실적 뒷걸음
CXO연구소 “2차 전지 기업은 흑자 전환 성공”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25일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25일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국내 주요 4대 기업의 미국 현지 법인 중에서 현대차만 질주했다. 현대차 미국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1년새 1조284억원(2021년)에서 2조5494억원(2022년)으로 퀀텀점프했다. 1조5209억원 이상 순이익이 증가하며 147.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IT기업들의 성장세는 주춤했다. 삼성전자 미법인은 70% 넘게 순익이 줄어들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도 10~20%대로 순익이 감소해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은 위세를 떨쳤으나 IT기업들은 다소 맥을 못 추는 양상을 보였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7일 한미 정상회담을 맞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내 주요 4대 기업이 미국 현지에 설립한 핵심 법인의 최근 5년 간 경영 실적 분석’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국내 주요 4대 기업이 미국에 세운 핵심 법인의 작년 총매출 규모는 115조7266억원 수준이다. 전년도 96조6482억원보다 1년 새 19조7084억원 늘어나며 증가율 19.7% 수준을 보였다. 조사 대상 4곳의 지난 2018년 매출 규모는 70조3909억원이었고, 이후 2019년(73조4814억원)과 2020년(81조1612억원)에도 미국 내 매출 외형이 좋아졌다.

특히 현대차 미법인 HMA의 2021년 대비 2022년 매출 증가율이 47.2%로 가장 높았다. HMA의 2021년 대비 2022년 매출은 22조8831억원에서 33조6840억원으로 1년 새 10조원 이상 덩치가 커졌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13.8%)와 삼성전자(10.4%) 미법인은 10%대 매출 성장을 이뤘다. hynix America는 17조2114억원에서 19조5914억원으로 2조3800억원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SEA는 42조3255억원에서 46조7389억원으로 우상향했다. LG전자 미법인 LGEUS 역시 14조2282억원에서 15조7123억원으로 미국 시장에서 10.4% 수준으로 매출 체격을 키웠다.

이번 조사 대상 4개 국내 대기업이 미국에 세운 주요 해외 법인 4곳의 2021년 대비 2022년 매출 외형은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당기순익에서는 희비가 크게 갈렸다.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는 만면에 미소를 띤 반면 전자 반도체 등 IT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은 울상을 지었다.

현대차 미법인 HMA의 2021년 당기순익은 1조284억원이었는데, 작년에는 2조5494억원으로 1년 새 순이익이 1조5209억원 이상 늘었다. 순익 상승률만해도 147.9%로 퀀텀점프했다. 회사 곳간이 1년 새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무엇보다 HMA가 지난 2018년(-3301억원)과 2019년(-609억원)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2021년과 2022년에 조 단위 순익을 올리는 반전을 이뤄냈다.

현대차와 달리 삼성전자 미국법인 SEA는 2021년 대비 2022년 순익이 70% 넘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8239억원이던 순익 규모가 작년에는 2196억원으로 1년 새 73.3%나 순익이 급감했다. 특히 지난 2020년에 SEA의 순익이 1조6235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내 회사 곳간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2020년 대비 2021년에도 순익이 49.3%나 떨어졌었다.

SEA 법인을 포함해 미국에 설립한 삼성전자의 주요 종속기업인 ▲Samsung Semiconductor, Inc.(SSI) ▲Samsung Austin Semiconductor LLC.(SAS) ▲Samsung Eletronica da Amazonia Ltda.(SEDA)의 합산 순익도 2조1478억원(2021년)에서 4785억원(2022년)으로 77.7%나 추락했다.

LG전자 미법인 LGEUS도 2021년 대비 2022년 순익이 20% 이상 하강했다. 2523억 원 수준에서 1916억원으로 24.1% 수준으로 순익이 쪼그라든 것. 2019년(1897억원)과 2020년(1656억원)에 1000억원대 순익에서 2021년에 2000억원대로 올라섰는데, 작년에 다시 1000억원대 순익으로 회귀했다.

SK하이닉스 미법인 hynix America는 672억원에서 581억원으로 1년 새 13.5% 정도 순익이 줄었다. 이 법인의 경우 2018년(308억원)→2019년(479억원)→2020년(534억원)→2021년(672억원)까지는 순익이 지속적으로 늘다가 작년에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대상 4대 기업과는 별도로 2차 전지 관련 업체인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법인이 현지에서 올린 순익 성적표도 모두 좋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가 미국에 세운 법인 중 한 곳인 Samsung SDI America Inc.(SDIA)의 2021년 순익은 11억원 정도 손실을 봤지만, 작년에는 274억원 이상 순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법인 중 한 곳인 ‘LG Energy Solution Michigan Inc.’의 순익도 486억원 적자에서 27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미국 시장에서 활약하는 2차전지 업체들의 순익 성적표도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판매량 등이 늘면서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회사 곳간도 두둑해진 셈이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한민국 기업 중 전기차 등을 생산하는 현대차는 최근 경영 성적표가 크게 호전되고 있는 반면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하는 IT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금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한민국 IT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투자하는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해 나름의 해법찾기에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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