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산업계에선 여전히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번 사고가 나면 유·무형의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각 기업들도 평소 안전사고 예방과 직장 내 안전문화 조성을 위해 적절한 안전교육과 사고예방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업장별 안전교육을 통해 전사적인 안전 관리역량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와 화학, 배터리 등 에너지업계와 철강, 조선, 해운업계 등을 대상으로 평소 안전경영을 위해 노사가 어떻게 선제적 대응을 하는지 알아봤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철강업에 종사하는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은 상명하복의 문화가 짙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휩쓸리면 자칫 인명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업계보다도 경영진이 안전관리에 관심을 갖고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업종이다.
이런 면에서 안전관리를 하위관리자에게만 맡기지 않는 HD현대중공업은 안전관리의 목적이자 목표인 인명존중을 업계에 뿌리내리는 기업이라 할 만하다.
올해 초 HD현대중공업 한영석 부회장과 이상균 사장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신년사에서 “안전 최우선은 변하지 않는 경영가치”라며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전사 안전 기능을 총괄하는 최고안전책임자(CSO)에 노진율 사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이 경영자의 인식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고 경영진이 솔선수범에 나선 행보다.
HD현대중공업은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안전 조직을 확대했다. 안전부문 인력 증원과 현장 유해요인 확인 및 개선을 위한 신규 위험성 평가시스템 구축, 고위험 공정 종사자 대상 체험·실습형 안전교육 강화 등 안전 담당 조직을 강화하고 안전 인프라 구축 및 교육 확대에 나섰다.
또 회사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안전기획실과 현장 안전을 담당하는 각 사업부의 안전 조직을 통합해 안전통합경영실로 개편했다. 또한 현장 안전의 실행력 강화를 위해 의사결정기구 ‘안전경영위원회’와 ‘안전·생산 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안전경영위원회는 대표이사와 사업대표, 안전최고책임자를 비롯해 사외 안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회사 안전경영 체계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결정하는 안전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매분기 안전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안전·생산 심의위원회는 안전최고책임자 주최로 생산 각 부문장 등이 참석해 수시 개최한다. 공정 불안정 등으로 안전 최우선 가치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생산 공정현황을 모니터링해 위험성을 평가하고 예측에 나서 위험한 긴급작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공정의 과다 지연이 예상될 경우에는 선제적으로 개입해 공정 안정과 적정 공기가 유지되도록 하고, 생산 현장의 문제점과 건의사항 청취 등 생산과 적극적인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생산 현장의 안전 강화를 위해 ‘3대 안전시설물(발판‧조명‧환기시설) 개선TF’를 발족했다.
HD현대중공업은 TF를 통해 관련 시설물의 문제점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안전·생산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다 신속하게 개선활동을 시행했다. △국내 최초 개발한 방폭 LED 스트랩 조명등 설치 △10미터 이상 고소작업 구역 추락 안전망 도입 △내업 긴급복구팀 운영 등 활발한 개선 활동이 이뤄졌다.
협력사 안전관리 지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협력사들이 자체적으로 안전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 기술연수생 양성과정에 ‘안전관리’ 과정을 신설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수료자에게는 사내협력사 안전관리자로 취업할 수 있는 채용 연계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협력사 안전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외협력사 안전관리 기술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통합안전경영실 내 별도의 사외 협력사 안전지원 전담팀을 구성하고, 사외 협력사를 위한 안전관리 기술 전수와 종합 컨설팅을 지원한다.
올 1월에는 노진율 사장과 전담 안전팀이 사외 협력사 한 곳을 방문해 안전제도 및 절차, 안전표준, 위험성평가 시스템 등 안전관리 기술 전반을 지원하는 한편, 중대재해 발성 위험이 높은 작업에 대한 현장 지도를 펼치고 안전개선 우수 사례도 전파했다.
최근에는 향후 5년간 안전 목표, 전략 및 중점 추진사항을 담은 ‘VISION 2027’을 수립했다. 2027년까지 △재해율 0.15 이하 △사망만인율 0.29 이하 △안전문화 지수 3.7 이상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모든 임직원이 스스로 위험을 제거하는 주체가 되는 ‘자율안전 경영 시스템 구축’, 통합 안전문화 진단 프로그램과 맞춤형 안전교육 커리큘럼 등을 통해 안전 역량을 끌어올리는 ‘안전 최우선 문화 확립’,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안전 작업장 구현’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안전문화 정착에 힘쓰는 다양한 활동도 진행한다. 지난해 5월 진행된 ‘전사 안전리스크(Risk) 공모전’이 대표적이다. 생산현장에 잠재된 위험요소를 사우들이 직접 찾고 개선방안을 제안한다. 총 1199건의 리스크가 접수됐으며, 이중 40명이 우수 제안자로 선정됐다.
‘전사 안전개선활동’(Hi-SAFE)도 매년 진행한다. 각 현업부서가 중심이 돼 고위험 작업 및 요소들을 발굴하고 선제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해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관리 활동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월, 72개 부서에서 총 155개 과제를 선정한 후 약 9개월 간 개선활동 수행을 지원했다.
이외에도 ‘안전 숏폼 영상 공모’, ‘안전 캐릭터 이름 공모’, ‘안전작업 요구권 우수사례 공모’ 등 직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 관련 행사를 통해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적극적인 안전 활동 참여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