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59% 증가한 9471억…비이자이익 확대 요인
은행·비은행 고른 호실적…ROE·ROA 수익성 상승세
고정이하·무수익여신 증가 부각…"리스크 관리 지속"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농협금융그룹이 1분기 9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뒀지만 건전성 이슈로 쉽게 웃지 못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 무수익여신 비율의 상승세가 다른 금융그룹보다 가파른 탓인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건전성뿐만 아니라 수익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올해 1~3월 9471억원(지배지분)의 순이익을 냈다. 작년 1분기 5963억원보다 58.83% 증가한 수준으로 비지배지분 이익까지 합치면 1조448억원에 이른다. 그룹 측은 비이자이익 확대가 호실적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이자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129% 늘었다. 수수료이익은 1.5% 줄었으나, 은행·증권사·보험사가 운용하고 있는 유가증권이익(외환/파생 포함)은 217% 급증한 결과라고 농협금융 관계자는 부연했다. 비이자이익과 달리 이자이익은 7.5% 감소했다.
각 계열사의 실적도 대부분 양호했다. 은행의 순익은 전년 대비 50.6% 증가했고, 생·손보사도 166.5%, 130.0% 늘었다. 증권사도 순이익이 79.8% 불어났다. 그 결과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순이익 기여도도 27.3%에서 32.3%로 커졌다. 다만, 비은행 중 저축은행은 적자 전환했고, 캐피탈 순익은 9.6% 쪼그라들었다. 각 회사의 비용과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한 그룹의 수익성 지표는 우상향세를 나타냈다.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14.29%, 0.80%로 작년말에 비해 4.96%포인트, 0.37%포인트 올랐다. 순이자마진(NIM)도 전분기보다 0.21%포인트 뛴 1.96%로 나왔다.
그러나 그룹 건전성은 반대로 나빠지는 모양새다. 고정이하여신, 무수익여신 등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통상 금융사는 대출과 관련해 건전성이 높은 순서대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해 부실여신을 평가하고 있다. 이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고정이하여신이라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총여신(연결기준)은 320조원이다.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은 1조3080억원으로 작년 말(9717억원)보다 34.6% 늘었다. 총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0.30%에서 0.41%로 0.11%포인트 올랐다. 신한(11.0%, 0.07%포인트), KB(13.8%, 0.03%포인트), 우리(10.6%, 0.04%포인트), 하나(17.1%, 0.06%포인트) 등 다른 금융그룹보다 증가·상승폭이 큰 모습이다.
또 농협금융의 무수익여신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이상 연체/부도 등으로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수익성이 없는) 연체여신, 이자미계상여신 등을 의미한다. 이때 이자미계상여신은 △부도업체 등에 대한 여신 △채무상환능력 악화 여신 △채권재조정 여신이 대상이다.
1분기 농협금융의 무수익여신은 1조769억원으로 작년 말(7233억원)보다 48.9% 늘었으며 무수익여신 비율도 0.22%에서 0.34%로 0.12%포인트 올랐다. 신한(12.3%, 0.06%포인트), KB(20.8%, 0.03%포인트), 우리(13.1%, 0.04%포인트), 하나(17.8%, 0.06%포인트)보다도 증가·상승폭이 크다.
업계에선 농협금융의 작년 말 고정이하여신, 무수익여신이 전년 말과 비교해 대폭 줄었다가, 1분기 다시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고정이하여신, 무수익여신은 통상 누적 집계하는데, 지난해 그 규모가 감소했다는 것은 상환, 원리금 회수, 채무상환 개선 판단 등으로 정상적인 여신이 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대로 늘었다는건 부실여신이 많아졌다는 뜻이라서다.
농협금융은 부실 우려에 대비하기 위해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2932억원)을 지난해 1분기보다 300% 추가로 쌓았고, 주요 계열사인 은행도 2423억원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그룹은 이를 통해 미래손실흡수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은 건전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무수익여신은 수익성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라며 "두 비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건전성뿐만 아니라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타사 대비 연체율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라며 "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노력, 최종적인 연체율 등을 감안해달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