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간판을 교체한다. 회원사를 탈퇴한 4대그룹을 다시 데려오려는 목적이 엿보인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혁신안을 내놓고 창립 당시의 이름으로 되돌아간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로 첫발을 뗀 바 있다. 이름표를 고른 이는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다.

전경련이 간판을 교체하려는 의도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과거의 역할과 관행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연루된 사실이 전해진 2016년을 연상케 한다. 정경유착으로 인한 이미지 하락은 전경련의 주춧돌 역할을 하던 4대그룹의 탈퇴로 이어졌다. 이는 경제단체 맏형 역할을 대한상공회의소에 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간판 교체에 대해 예상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인 출신을 수장으로 앉힌 만큼 정경유착 차단 해법을 모색하지 않겠냐는 관측은 김 회장 직무대행 체제 출범 당시부터 나왔다.

공교롭게 이병철 회장이 골랐던 이름으로 돌아간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삼성의 재가입을 유도할 전략이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된다.

김 회장 직무대행의 혁신안에는 현재 11개사로 구성된 회장단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역시 ‘4대그룹 모셔오기’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전경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대한상의와 달리 대기업 위주로 회원사를 구성하기 때문에 재계 서열 1~4위가 빠진 현 상황이 계속 이어져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

올들어 3월 한일정상회담과 4월 한미정상회담 등 정부의 경제 관련 행사를 주도하며 4대그룹을 포함한 경제사절단 명단을 김 회장 직무대행이 손에 쥔 것도 4대그룹이 자연스레 복귀 수순을 밟도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2월 취임해 어느덧 임기가 절반이 넘어가는 김 회장 직무대행으로서는 차기 회장을 4대그룹에 맡기기 위해 더욱 접점을 늘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재계에서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꼽히는 인물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다. 최근 전경련이 주최하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에 1호 총수로 정 회장이 참석하기로 한 것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4대그룹 총수 중에서는 수감생활을 한 데다 쇄신을 약속한 이재용 삼성 회장,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 1998년 반도체 빅딜정책으로 전경련과 거리를 뒀던 구본무 선대회장의 뜻을 번복하기 쉽지 않은 구광모 LG 회장 등 저마다의 이유가 있어 정의선 회장이 그나마 행보가 자유로운 상황이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4대그룹과의 관계에 대해 “실무자들과 상당히 소통 중”이라고 설명했다.

4대그룹 한 관계자는 “전경련 관련해 내부에서 전혀 논의되거나 공유된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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