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2일 정상회담만 12번…국제사회 기여 의지도 강조
日과 관계 개선에 G8 편입 가능성 솔솔…일각선 우려도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캐나다, 독일, 유럽연합(EU) 등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협력 강화를 약속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숨 가쁜 '외교의 시간'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roup of Seven, G7) 정상회의에서 빛을 발했다.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9개국의 정상과 만나는 등 윤 대통령은 그야말로 '광폭 외교'를 벌였다. 경제, 안보, 글로벌 이슈와 관련해 G7과 어깨를 나란히 한 가운데 '주요 8개국'(G8)으로 진출할 교두보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한국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롯해 이날 예정된 EU 지도부와 만남까지 6일 동안 모두 12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부분의 만남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G7 히로시마 정상회담에서 이뤄졌다. 이 기간 윤 대통령은 호주, 베트남, 인도, 영국, 일본, 미국, 우크라이나 등 9개 정상과 마주하며 전방위적인 경제 안보 협력을 다졌다.
초청국 정상까지 함께하는 확대회의 세션에는 모두 세 차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식량 위기 국가 지원 확대, 감염병혁신연합에 2400만달러(약 320억원) 공여,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지원 등이다.
윤 대통령이 광폭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G8 편입 기반이 마련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의 편입으로 G7이 G8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은 아시아 유일의 G7 회원국이기에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 위상이 G7에 있는 이탈리아나 캐나다 영국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는 등 이런 식이면 G8 국가에 들어가는 것도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17일 발표한 '통계로 보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현주소' 보고서를 통해 G7 정상회담에 초청국 자격으로 네 번이나 참석한 만큼, 공식 참여국이 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지표에서 한국이 높은 위치에 있는 만큼, 국제무대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전경련이 G7 국가와 한국의 상대적인 위치를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군사력 △경제력 △혁신 능력 △경제 안보 △영향력 등 5개 분야에서 G7 국가와 비교했을 때 자격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G7 확대 논의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던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G8 편입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앞서 2020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G7에 한국, 호주 등을 더해 G10으로 확대하려고 논의했으나 무산됐다. 일본, 캐나다, 독일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G8 참여국이 되면 경제위기 대응 능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외국 투자 유치도 전보다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구축하는 정책 결정권자로서 국가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G8에 들어가면 경제, 안보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해질 수 있다"면서 "일본의 찬성 여부가 관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G8, G9, G10 좋은데 거기 들어가면 어떤 이익이 있나"며 "분위기에 휩쓸려 가다가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혹은 원하는 것과 달리 그 방향에 휩쓸려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이 북핵 문제 공조 강화한다는 거고, 제가 약간 좀 께름칙한 거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공조한다는 건데 그 주목적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견제하고 한미일 3국 간에 친하게 지내자 이런 식의 얘기"라며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나친 거는 모자람만 못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