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대우’ 흔적을 지우고 한화오션으로 새 닻을 올렸다. 권혁웅 대표를 선장으로 삼아 23일 첫 출항했다.
한화는 에너지·방산 전문기업이다. 재계 7위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대기업이기도 하다. 국내 조선 빅3인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을 이어받은 한화오션이 한화 지붕 아래에서 국내 조선업계 판도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지 관심이 쏠린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오션플라자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상정된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사명은 한화오션으로 확정됐다. 대우 간판은 1978년 대우조선공업 이후 45년 만에 내려졌다. 9명의 신임이사 선임 안건도 의결됐다. 초대 대표이사는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부회장이다.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 부회장은 기타 비상무이사로 경영에 참여한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2곳 등 5개 계열사들이 약 2조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출자, 한화오션의 주식 49.3%를 확보해 대주주가 됐다.
한화는 한화오션 출범으로 기존의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승연 회장의 오랜 숙원인 ‘한국판 록히드마틴’ 실현을 위한 채비를 모두 마친 셈이다.
한국판 록히드마틴은 한화 부자(父子)가 풀어내고 있는 장기 계획이다. 김 회장은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그룹 내 계열사 3곳에 분산됐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이에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김 부회장은 한화의 미래 먹거리인 방산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 태양광 사업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도 김 부회장의 손에서 커가고 있다. 한화의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김 부회장의 총수 후계자 입지를 굳히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서는 20년 넘게 채권단 체제가 이어져 온 기업이 민간화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데리고 있던 산업은행은 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며 저가 수주가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의 오너십에 기대를 건 것이다.
한화오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한화의 방산 경쟁력 및 친환경 에너지 분야 역량과 대우조선의 특수선 건조 능력·운송기술이 결합해 종합 방산‧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