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3사 이어 한화 '비노갤러리아' 설립 예정
직수입 전문 자회사 설립·해외 와이너리 인수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한화갤러리아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와인 시장을 놓고 치열한 주도권 전쟁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와인 시장이 커지자 직수입 또는 유통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해외 와이너리 인수에 나섰다. 특히 유통가 오너들의 취미로도 와인이 꼽히는 점에서 자존심을 건 승부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한화갤러리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다음달 1일 와인 자회사인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한다.
자본금은 5억원 규모로, 사업 목적은 주류 수출입업, 주류 도소매업, 와인잔 수출입업 등이다.
지난 3월 인적분할된 한화갤러리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신사업 등을 이끌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앞으로 주류 수입면허를 취득해 유럽·미국 등 주요 산지의 고급 와인을 직매입해 상품을 차별화하고 와인 전문매장 '비노494'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갤러리아 우수고객(VIP) 대상으로 와인 구독 서비스 등 프리미엄 F&B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화그룹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도 와인에 관심이 깊다. 지난해 12월 한화솔루션은 미국법인을 통해 세븐 스톤즈라는 나파밸리 부티크 와이너리를 약 445억원에 인수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나파밸리 부티크 와이너리)는 갤러리아와는 별도로 인사이트 부문 리조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수를 했다"며 "매년 만드는 와인 병 수는 최대 6000병 정도에 그쳐, 일반 유통 판매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와인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 선임되며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 이에 주류사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는 2021년 롯데마트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재단장하면서 1층에 1322㎡(약 4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주류 전문매장 '보틀벙커'를 열었다.
보틀벙커가 흥행하면서 제타플렉스의 매출은 20%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오픈한 창원중앙점과 상무점 매출도 각각 12배, 7배 상승다.
이에 힘입어 롯데는 올해 중 서울역 인근에 보틀벙커 4호점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4분기 IR 자료를 통해 국내외 와이너리 인수를 검토한다고 밝힌 롯데칠성음료는 올 미국 등 와이너리 시장을 둘러보며 인수 매물을 찾고 있는 등 와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특히 와인 사업에 적극적이다. 정 부회장은 2008년 신세계L&B를 설립해 주류사업에 진출했으며, 이마트와 편의점 이마트24, 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계열사 6000여 곳에 와인을 공급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초 미국 와이너리도 인수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는 미국 나파밸리 프리미엄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3000여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쉐이퍼 빈야드는 최고급 와인 '힐사이드 셀렉트'를 비롯한 5개의 럭셔리 와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이곳을 직접 찾아 점검하기도 했으며, 지난 2월 신세계면세점에서는 쉐이퍼 빈야드 3종을 면세 단독으로 입점시키기도 했다. 이달에는 스타필드 하남에 400평 규모의 아시아 최대 대형 매장 '와인클럽'을 선보였다.
정지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3월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하고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비노에이치는 2024년까지 연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지난해 6월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이너리 10여곳과 와인 100여종에 대한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또 정 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외식사업부 수석 소믈리에 출신인 30대 송기범 대표를 수장으로 세우고, 현대백화점을 내 와인 전문 매장 '와인웍스'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더현대서울을 비롯해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더현대대구에서 운영 중이다.
유통가 총수들이 와인사업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국내 와인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특히나 와인을 직접 생산 제조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5억8128만 달러로 전년대비 3.8% 증가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프랑스 샴페인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샴페인 수입량이 프랑스 샴페인 수출국 중 13위를 차지했다. 2020년 17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교하면 2년간 무려 107% 늘어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믈리에가 상주하는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가 하면 와이너리 인수해 경쟁력 높은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